[오늘의 썰] “사람이 죽었는데..시댁 식구들이 돈에 미쳤나 봐요.”

2017년 2월 24일   정 용재 에디터

▼사진출처: 게티이미지뱅크


Grief - man with white roses at urn funeral


동생이 죽었는데 보험금이 더 중요하다는 내 남편, 정상인가요?’

“돈 앞에서 인간의 욕망이 드러난다더니… 딱 시댁 식구들이 그렇네요.”

내일모레면 결혼 3주년. 그러나 동시에 나는 ‘이혼’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남편과 중매로 만나 5개월 만에 결혼은 했고, 사는 동안 큰 문제 없이 우리는 평범한 부부생활을 이어갔다. 허니문 베이비로 낳은 아이는 벌써 세 살이나 되었다.

“그런데 이런 아이가 있어도 나는… 정말… 이혼하고 싶다.”

지난해 10월 초. 종합병원 피부과 의사로 재직 중이던 내 여동생은 제주도 학회에서 교통사고로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평생을 공부하며 환자들을 위해 살아갔던 내 동생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가족들은 슬픔에 잠겼고, 부모님의 뜻에 따라 동생의 장례 또한 절에 맡기고 제를 올려주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동생을 묻어주고 지내던 어느 날. 여동생 앞으로 생각보다 많은 보험금이 나와 다시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아직도 부모님은 동생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든 모습으로 대성통곡하시며 “딸 죽은 대가는 필요 없다고 살려내!!!!!!”라고 울부짖으셨으며, 남동생 또한 울분을 터뜨리면 “도대체 사고 낸 사람 누구야!! 내가 다 죽여버릴 거야!!”라고 소리쳤다.

아직도 우리는 학회 가기 전날 가족들을 향해 활짝 웃으며 “다녀오겠습니다. 이번에 월급 들어오면 가족들 선물 꼭 사드릴게요^^”라고 배시시 웃던 여동생의 모습이 생생한데 말이다.

겨우 부모님과 남동생을 진정시키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남편이 나에게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자기야. 장인어른께 말씀드려서 보험금 우리 달라고 하시면 안 돼?”

처음에는 내 귀를 의심했다. 설마… 설마 내 동생 보험금을 말하는 건가 싶어서.

“돈…? 설마…. 무슨 돈 말하는 거예요? 아니죠?”

그러자 남편은 “처제….. 돈…”

나는 딱 잘라 거절했다. “당신 그게 어떤 돈인지 분명히 알아둬요. 나는 만 원 한 장 미련 없고 그건 부모님 돈이에요. 우리 거 아니라는 거 확실히 해요.”

남편의 말 한마디에 사람이 다시 보이기도 하고 내 동생이 죽은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보험금을 말하는지 남편에 대한 실망감과 배신감에 빠졌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며칠 뒤,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찾아와 나에게 충격 그 이상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혼을 앞둔 시누이는 나를 보자마자 “언니도 알죠? 나 결혼하는 거. 결혼할 대 혼수 장만하는데 돈이 많이 들어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어머니는 “아범 공부한다고 얘가 돈을 많이 보태줬으니 이제는 너희도 갚아야지?”라며 동생의 보험금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확실히 말해야겠다는 생각에 “어머니. 죄송하지만 저는 친정에 돈 달라는 소리 못합니다. 아니 안 할 거예요. 결혼도 못 한 딸자식 죽은 목숨값을 달라는 게 말이 되나요?”

그러자 시어머니는 “사돈도 네가 원하면 준다고 하셨다며 왜 안 되는 건데?”라고 나를 되물었다.

“어머니. 그럼 제 동생 목숨값으로 아기씨 혼수 마련하는 데 보태라는 말씀이세요?”

이 말에 화가 난 듯한 시누이는 “아니 안 될 게 뭐에요? 어차피 사돈댁 돈이 오빠 돈이고 그럼 그게 우리 돈이지 정말 그렇게 안 봤는데 너무하네.”라며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끝까지 안 된다고 말하는 나를 향해 시어머니는 물론 시누이는 “좋게좋게 끝내자. 신랑 좋은 게 다 좋은 거야. 일단 오늘은 먼저 갈 테니 아범하고 이야기 잘 해보고 최소 이천만 원은 준비해라.”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가셨다.

그 날 이후로 하루가 멀다고 연락해서는 ‘돈,돈,돈’ 타령. 언제 받아 올 거냐는 시댁 식구들의 압박.

그래도 나는 끝까지 내 남편은 아닐 거라고 믿었는데… 오늘 남편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기야. 그래도 우리가 돈 때문에 이혼할 수는 없잖아.”

이젠 정말 치가 떨려서 못 살겠다. 내 동생의 목숨값을 뻔뻔하게 내놓으라는 시댁 식구들 그리고 자꾸 나를 설득하려는 남편.

“정말 살기 힘들다…. 세 살박이 우리 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엄마… 이제 이혼해도 되겠지?”

온라인 이슈팀 <제보 및 보도자료 editor@postshare.co.kr / 저작권자(c) 포스트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