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썰] “여대생 원룸 보일러실에 5개월 동안 남자가 숨어있었어요.”

2017년 3월 3일   정 용재 에디터

▼사진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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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아줌마. 저는 아니라니까요.”

안 된다는 부모님을 겨우 설득해 자취한 지 벌써 반년이 지나가는 지금 나는 예상치 못한 문제에 직면했다.

그 문제는 바로 ‘층간 소음’

원룸에 사는 여대생인 나에게 집 주인아주머니는 5개월째 ‘시끄럽다.’, ‘쿵쿵 소리 좀 그만 내라’, ‘조용히 좀 다녀라.’ 등의 항의를 하신다.

하지만 나는 억울하단 말이다.

쿵쿵 소리를 내면서 걸어 본 적도 없고, 매일 학교에서 살다시피 하기 때문에 집에서는 정말 잠만 자고 나가는 것은 물론 친구들을 데리고 와 떠든 적도 없단 말이다.

특히, 주인아주머니는 “학생. 집에 남자친구 데려오는 것 좀 자제해줘. 정말 시끄러워서 못 살겠어.”라고 말씀하시지만 지금 내 남자친구는 군대에 있다.

도대체 아주머니의 말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소음’의 주인공을 드디어 찾았다.

어느 순간 불현듯 나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한 가지 생각.

‘누군가 내가 집에 없을 때 들어오는 것이 분명하다.’

내가 집에 없을 때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친구와 함께 우리는 작전을 세웠다.

얼마 후 친구가 집에 도착해 일부러 범인이 들으라는 듯 큰 목소리로 “야~ 빨리 광안리 가자~ 출발!!! 호텔도 잡아놨다니 밤새 술 마시고 오자. 문단속 잘하고.”라고 소리쳤다. 나는 “어~ 빨리 가자.”라고 말하며 짐 챙겨 나오고 몇 시간 뒤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기습적으로 범인을 잡아낼 생각이었던 것.

속으로 무슨 탐정 놀이하는 건가 싶었지만 5개월째 알지도 못하는 소리 때문에 항의를 받는 것에 지친 나는 더는 방법이 없었다.

막상 집 문 앞에 도착하니 미친 듯이 뛰는 나의 심장. 그렇게 집으로 들어갔는데 집 어디에도 문제가 없었다. 흐트러진 물건도 없었고. 그런데 바로 그때. 보일러실에서 둔탁한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무언가 안에서 움직이는 것은 분명한 소리였다.

나는 이미 무서워 자리에 주저앉았고 내 친구는 침착하게 하지만 냉정하게 보일러실 앞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보일러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분명 안에서 누군가 있었던 것처럼 샴푸 냄새가 났다. 방금까지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고 그저 뒤 돌아가려는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긴 머리의 한 여성이 보일러실 옆에 있는 창문에 매달려 있는 것이었다. 4층 높이에서 뛰어내리지도 못하는 범인은 머리에 샴푸가 가득 묻힌 채로 그대로 있었다.

나는 너무 무서워 벌벌 떨리는 손으로 주인아주머니에게 전화를 했고, 마침 주인아주머니도 방금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며 우리 집으로 넘어오셨다.

그런데, 이 범인이 주인아주머니의 얼굴을 확인하자 다시 집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친구랑 나는 못 들어오게 하려고 머리카락을 쥐어뜯는데 바로 머리가 벗겨져 버렸다. 즉, 긴 머리는 가발이었고 범인의 정체는 주인아주머니의 아들이었다.

놀란 주인아주머니는 아들을 살려야 한다며 바로 집으로 끌어들였는데 그 순간 툭툭 하고 범인의 몸에서 떨어지는 물건들. 나의 구두, 신발, 속옷 등..

도대체 왜 그런 끔찍한 짓을 한 것이냐는 집요한 추궁 끝에 범인은 “그냥… 좋아했어요.”라고 나에게 뜬금없는 고백을 했다.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

범인은 내가 집에 없는 사이에 우리 집에 있는 나의 물건을 만지고 쓰면서 나를 느꼈다고 말했고, 보일러실 창문을 타고 다시 돌아가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물론, 완벽 범죄를 계획한 만큼 지난 5개월 동안 나도, 친엄마였던 주인아주머니도 눈치채지 못했던 것.

나는 아직도 온몸에 소름이 끼치고 무서운데 주인아주머니는 “제발. 한 번만 도와달라고.”싹싹 빌면서 나에게 그저 조용히 넘어가 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너무 무서워 친구 집으로 도망 나왔는데… 도대체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억지로 우겨서 자취한다고 나온 나는 부모님께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아직도 온몸이 굳어 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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