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힘들어” 일부러 범죄 저지르고 교도소 가는 사람들

2017년 3월 8일   정 용재 에디터
▼사진출처: 연합뉴스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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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종합=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돈 없거나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는 이유로 자유보다 의식주가 해결되는 교도소에 가기 위해 저지르는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어려운 생계와 고독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발적 감옥행’을 택하는 것이다.

의식주가 해결될 수 있고, 적응하지 못한 사회에서 벗어나려는 도피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지만, 근본 해결책이 아닌 무모한 선택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 2일 오전 7시께 충북 음성의 한 편의점에 흉기를 든 20대 남성이 들어왔다.

신원을 숨기려는 일반 강도와 달리 김씨는 모자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이 남성은 평소 이 편의점을 자주 이용한 ‘단골’인 주민 김모(25)씨였다.

종업원과도 안면이 있던 김씨는 담배 한 갑과 현금 10만7천원을 빼앗은 뒤 “112에 신고하라”고 말했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사업을 준비하는데 잘되지 않아 감옥에 가려고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음성경찰서는 김씨를 강도 혐의로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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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오전 2시께 충북 충주에서는 송모(41)씨가 술에 취해 편의점에 들어와 욕설과 함께 냉장고의 음료수를 집어 던지며 행패를 부렸다.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된 송씨는 “일용직으로 사는 것이 힘들어서 차라리 교도소에 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동종 전과 5범인 송씨를 구속했다.

지난달 3일 부산에서는 배가 고파서 차라리 강도질을 해서 교도소에 가려고 편의점에서 흉기를 훔친 3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흉기를 훔친 허모(34)씨는 편의점 직원에게 “교도소에 가고 싶다. 112에 신고해라. 은행 ATM기기에 가서 사람을 위협해 돈을 빼앗겠다”고 말한 뒤 그대로 달아났다.

경찰 조사에서 허씨는 “PC방, 찜질방, 공장 등에서 잠시 일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갔으나 돈이 떨어지고 배도 고파 감옥에 가려고 마음먹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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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부산에서는 생활고를 비관해 교도소에 가겠다며 머물던 여관에 불을 지른 김모(49)씨가 경찰에 검거됐다.

조사 결과 김씨는 젊은 시절부터 절도 등으로 여러 차례 범행하며 교도소를 들락거렸다.

김씨는 보호관찰을 받으며 여관 등지에서 생활하던 중 “마음을 잡고 돈을 벌어보려고 했는데 직업도 구해지지 않고, 돈벌이도 없어 교도소에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전문가들은 ‘자발적 감옥행’을 택하는 사람 중에는 다수의 전과가 있는 누범자들이 많고 날씨가 추운 겨울철에 많이 생긴다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전과가 많은 누범자들은 전과 5범이나 6범이나 큰 차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일용직 일자리가 적은 겨울철에 교도소로 몰리는 현상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번 전과자로 낙인 찍힌 사람은 다시 고정적인 직업을 구하기 힘들고 생계가 어려워지면 다시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를 택하는 것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교도소에 가면 의식주는 해결되기는 하지만, 범죄 행위는 사회 규범을 깨뜨리는 일”이라며 “충동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에 가서 신체 자유를 제한받는 것은 무모하고 극단적인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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