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족발 들고 굿하는 무당…사진에 비친 ‘해방공간’ 서울

2015년 6월 10일   School Stroy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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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족발 든 무녀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1948년 한 무녀가 양손에 돼지족발을 하나씩 들고 굿을 펼치고 있다. 동네 꼬마 녀석들과 부녀자들이 빽빽하게 모여 앉아 굿 구경을 하고 있다. 이 사진은 당시 국내에 있던 한 미군이 촬영한 것으로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소장이 미국의 한 수집가로부터 입수했다. 2015.6.9 <<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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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근대사료연구소, 1948년 미군이 촬영한 사진 50점 공개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광복 이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기 전인 ‘해방 공간’ 시절 서울의 풍경과 시민의 삶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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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단독선거 투표소 모습 (부산=연합뉴스) 1948년 5월 10일 남한만 실시된 단독정부 수립 투표가 진행되던 서울의 한 투표소 모습. <<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제공 >>

불과 2년 뒤 6·25 전쟁으로 수도권 대부분이 파괴되기 전 모습을 오롯이 간직한 희귀 사진들이 10일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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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 기다리는 아이들 (부산=연합뉴스) 1948년 서울 모처에서 지금은 추억의 간식이 돼버린 뻥튀기 과자를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다. <<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제공 >>

이 사진은 부산에서 20년째 근대 문물과 역사자료 등을 수집하고 분석해온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소장이 수소문 끝에 미국의 한 수집가로부터 구한 흑백필름을 스캐닝(scanning)한 파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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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날인데’ 카메라 보고 웃는 상주 (부산=연합뉴스) 1948년 상을 치른 상주가 상여를 앞장서 걷다가 카메라를 보고 웃음짓고 있다. <<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제공 >>

250여 장의 사진 가운데 이번에 공개된 것은 50여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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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총독부 건물과 북악산 (부산=연합뉴스) 1948년 조선총독부 건물과 훗날 청와대가 들어서는 북악산이 보인다. <<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제공 >>

60년 이상이 지난 필름이지만 보관상태가 좋아 사진 화질이 무척 깨끗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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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짐 매는 지게꾼 (부산=연합뉴스) 1948년 한 지게꾼이 나무를 지게에 올리고 있다. <<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제공 >>

정부 수립 전 미군 통치 시절에 한 미군이 용산기지 건설 과정과 인천·서울의 풍경, 생활상을 찍은 것으로 김 소장은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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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지키는 선비 (부산=연합뉴스) 1948년 갓을 쓰고 한복 두루마기를 입은 남성이 곰방대를 들고 있다. <<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제공 >>

특히 비행기에서 찍은 항공사진은 해방 전후의 근대 사진에서 흔히 않은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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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공간의 서울 번화가 (부산=연합뉴스) 1948년 서울의 한 번화가가 인파로 붐비고 있다. <<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제공 >>

공개된 사진 중에는 동네 아이들과 부녀자가 빽빽하게 모여 앉은 굿판에서 무당이 돼지족발을 양손에 들고 굿을 하는 장면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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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행사 참석한 이승만·프란체스카 부부 (부산=연합뉴스) 이승만 전 대통령(가운데 중절모)이 정부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에 부인인 프란체스카 여사(가운데 오른쪽)와 함께 미군 행사에 참석해 있다. <<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제공 >>

상을 치른 뒤 꽃상여를 매고 장지로 가는 길에 카메라를 보고 웃음 짓는 상주의 모습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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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말리는 1948년의 어느 오후 (부산=연합뉴스) 1948년 서울의 한 주택 마당에서 고추를 말리는 모습. <<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제공 >>

이승만 전 대통령이 정부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에 부인인 프란체스카 여사와 함께 찍은 사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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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시절 동네 꼬마 녀석들 (부산=연합뉴스) 1948년 서울 어느 동네의 꼬마들이 모여 있다. 동생을 업은 누나 모습도 보인다. <<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제공 >>

일본의 항복과 함께 남과 북에 각각 주둔한 미군과 소련군의 대립으로 남한 단독선거가 실시됐는데 당시 서울의 한 투표소 내부를 촬영한 사진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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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꼬마, 지금은 어디에 살고 있을까 (부산=연합뉴스) 1948년 서울에서 한 아이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제공 >>

소달구지, 지게에 나뭇짐을 매는 남성, 삿갓에 한복 두루마기를 입은 남성, 뻥튀기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익살스런 표정, 집 마당에서 고추를 말리는 모습 등 서민들의 생활상이 사진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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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석장에서 돌캐는 사람들 (부산=연합뉴스) 1948년 서울의 한 채석장에서 사람들이 돌을 캐고 있다. <<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제공 >>

이외에도 지금은 철거된 조선총독부 건물과 광화문 일대, 인파로 붐비는 서울의 한 번화가, 채석장, 한강 철교 등 서울 풍경과 인천상륙작전 이전의 인천항과 월미도, 준설 작업 중인 인천 갑문 등의 모습도 필름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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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바라본 인천 월미도 (부산=연합뉴스) 1948년 미군이 비행기에서 찍은 인천 월미도(왼쪽 위)와 제물포고등학교(중간 왼쪽). <<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제공 >>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소장은 “1940년대는 조선총독부가 동아시아 침략 전쟁을 일으켰기 때문에 국내 자료를 많이 남기지 않았고 해방 후부터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될 때까지는 당시의 생활상이나 풍경을 기록할 주체나 장비도 흔하지 않은 근대 역사의 암흑기였다”며 “이 때문에 1950년 6·25 전쟁으로 도심이 파괴되기 전 온전한 해방 공간(1945∼1948년)을 담은 사진은 사료적 가치가 무척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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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바라본 서울 (부산=연합뉴스) 1948년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서울 광화문 일대. 철거된 조선총독부 건물이 보인다. <<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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