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를 앞둔 남성이 ‘답장을 보내지 않는 여자친구’에게 보낸 편지

2017년 3월 15일   정 용재 에디터

▼사진출처: 페이스북




최근 한 대학교 대나무숲에 올라온 ‘평생 답장을 받을 수 없는 편지’가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화이트데이를 맞아 곳곳에서 연인들은 사랑을 나누며 행복한 모습을 보였지만, 편지를 보내는 A 씨 만큼은 ‘웃음’이 아닌 ‘눈물’을 흘렸다.

2017년 3월 13일. 답장을 보내지 않는 너와 만난 지 벌써 1,163일이 되는 날.

시간이 참 빠르다고 느끼면서 하루하루를 잘 버텼던 A 씨는 오늘따라 여자친구와의 100일이 머릿속에 아른거려 쉽게 잠을 청하기가 어렵다.

여자친구와 딱 100일이 되던 날. 날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

“이번 우리 100일이 수학여행인데 그냥 가지 말까?”

어쩌면, 그때 널 보내지 말았어야 했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이 오늘도 나의 발목을 잡는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저 “친구들하고 재밌게 놀다 와. 수학여행이잖아. 주말에 만나자.”라고 말하며 너를 보냈고, 서로 다른 고등학교에서 남들 몰래 사귀던 입장이라 모든 행동이 조심스러웠다.

그렇게 너는 수학여행을 떠났고 난 평소처럼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정규 시간이 끝난 뒤 휴대폰을 받았는데 평소보다 많은 너의 메시지를 받고 ‘심심했나 보네ㅋㅋ’라고 넘기려고 했어.

그런데, “99일 동안 행복했어.”, “정말 진심으로 좋아해”, “연락 안 돼도 슬퍼하지 마.” 라는 내용의 메시지.

순간 나는 불안함을 감출 수 없었고, 너에게 아무리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내고 메시지를 보내도 답장은 오지 않았어.

나는 너의 목소리, 최소한 네가 쓴 손편지라도 받고 싶었는데 며칠 뒤 너의 소식을 뉴스로 접했고 미친 듯이 울었어.

수학여행을 가기 싫다던 너를 보내지 말걸. 그냥 나와 100일을 같이 보내자고 부탁할 걸 그랬나 봐. 그럼 적어도 너를 내가 지킬 수 있었을 텐데.

그 날 이후 3년이 흘렀고, 나는 대학에 입학했고 며칠 뒤 입대를 앞두고 있어.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만 믿고 이 악물고 살아왔는데, 나는 아직도 네가 머릿속에 맴돌고, 너와 함께 했던 모든 기억이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고 아직도 “수학여행 갔다 와.”라고 말한 내가 죄인이 된 것 같아 가슴이 아파.

죄책감도 슬픈 마음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1,163일이 지난 지금도.. 너가 너무 보고 싶다. 미안하고 사랑해. 그리고 보고 싶어.

이 편지는 1,165일 전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잃은 한 남성이 쓴 내용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세월호 7시간의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고 대한민국에서 ‘세월호’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았다.

바닷물에서 차갑게 죽어가는 단원고 학생들과 이유도 모르는 죽음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내야 했던 유가족들의 ‘집단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까지.

비록 A 씨의 여자친구는 남자친구에게 답장을 보낼 수 없지만, 국민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죽어야 했는지에 대한 답변을 듣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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