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언니가 임신한 채로 자살했습니다”

2017년 3월 20일   정 용재 에디터

▼사진출처 : GettyImagesBank(해당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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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언니의 자살,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언니의 사연을 모두 알고 있는 한 여대생의 글이 공개됐다.

지난 18일 네이트 판에는 ‘친한 언니가 임신한 채로 자살했어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글의 A씨는 “이 얘기를 도대체 어디다 해야 될지 모르겠어서 차라리 아는 사람도 이제는 저밖에 없겠다 익명의 힘을 빌리려고 글을 씁니다”라고 말문을 뗐다.

자신과 두 살 차이인, 절친 언니(25)가 이번주에 자살했다. 유서까지 남겼기에 별 조치도 없이 장례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A씨는 찜찜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언니의 자살 이유는 ‘이것’이었다. 그리고 이를 아는 이가 자신밖에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많은 고민이 됐다.

언니에게는 작년에 사귀던 남자가 있었다. A씨가 알기로는 그 남자는 언니가 재작년 정도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말한 사람이었다. 잘 안 되는가 싶더니 작년 여름쯤 언니는 그 남자와 사귀게 되었다고 A씨에게 말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다. 둘은 ‘장거리’ 연애였기에 조금 힘들어하긴 했으나 그래도 언니가 행복해보였다.

하지만 그렇게도 연락 잘 되고 행복을 티내던 언니가 어느 날부터 연락이 안됐다.

후에 들어보니 언니는 그 남자와 헤어졌다고. 언니는 “내 기분이 너무 안 좋았다. 누굴 만나고 싶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시기에 언니는 ‘유산’을 겪었다.

사정을 듣고 보니 제3자인 A씨가 보기에도 그 남자는 쓰레기였다. 일부러 언니 옆에서 A씨는 “잘 헤어졌다”, “그런 놈은 뜯어버려야 된다”, “언니가 원래 아까웠다” 등의 말로 일부러 오버하기도 하고 웃겨주기도 했다.

그 남자 생각에 자해하는 언니를 데리고 정신과에 가보기도 했지만 언니의 상태는 쉽사리 회복되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 겨울. 조금은 괜찮아진 듯한 언니가 대뜸 “나 다시 걔를 만나서 뭔가 말을 해야 할 것 같아. 괜찮아지고 있는 건 맞는데 속에 담아놓은 말이 너무 많아서 언제 터질지 모를 것 같아. 한번은 만나서 얘기해야 할 것 같아”라고 말했다.

A씨는 후회한다. 그때 말렸어야 됐다. 하지만 당시 언니가 억울하거나 답답한 마음이 있으면 후회할 것 같아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하라고 말했다.

남자를 만나고 온 언니는 다 잊은 것 같아 보였고 진짜로 다 괜찮아진 것 같았다.

그런데 2주 전인, 개강하던 주 금요일. 언니는 A씨에게 ‘임신’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A씨는 “솔직하게 말하면 전 언니가 미쳤다고 생각했어요. 언니가 거기까지만 말해줬고 자세한 얘기를 안해줘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냥 그 상황 자체도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언니한테 진짜 미친 것 같다고 그렇게 얘기했어요 그 새끼는 사람도 아니고 언니도 진짜 미친 것 같다고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거냐고 어떻게 하고 싶냐고 언니가 그냥 울길래 저도 할말이 없어서.. 아니 도대체 뭐라고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모르겠어서 그냥 어떻게든 될 거라고 아무것도 안되면 지우면 되잖아 뭐 이런 식으로 말했던 것 같아요”라고 당시를 말했다.

그리고 이번 주, 언니가 자살한 것. A씨는 미칠 것 같았다.

언니의 죽음을, 언니의 심정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자신이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더 좋은 해결책을 내놨으면 이런 일까지는 없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남자가 너무 미웠다.

또 언니의 부모님들은 이 이야기를 아무 것도 모르실 텐데 이를 알려야 하나 싶다가도 또 아무리 언니와 사이 좋지 않은 부모였다지만 부모 가슴에 못질할 수도 없었다.

A씨는 “당장 나는 내일 모레부터 다시 학교 나가고, 수업 듣고, 그래야 하는데 과연 이런 얘기를 나만 아는 채로 평소처럼 살수 있을까 걱정되고 머리 아프고 그냥 제가 뭘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아무것도 모른 척 아무 일도 없었던 척하고 그냥 원래 내 인생에 없던 사람인 것처럼 지우고 살아야 되는 건지 아니면 이 얘기를 알아야 될 것 같은 사람들한테 말을 해줘야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냥 내일 세상이 무너져 내렸으면 좋겠어요 언니의 세상이 무너져 내렸듯이”라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다음은 이를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이다.

“그 언니가 나쁜 남자랑 연애를 한 이유, 헤어지고 지나치게 힘들어한 이유, 그 남자를 다시 만나기 위해 잠자리를 한 이유, 그리고 세상을 등진 이유는 이 언니가 맘에 상처가 많기 때문입니다. 쓰니가 말한 것처럼 ‘가정사도 별로 안 좋고 남들한테 뒤통수도 많이 맞고 그래서’ 일거라고 생각합니다. 부모에게 사랑 받지 못하고 외롭게 자란 사람은 사람에게 쉽게 마음을 줍니다. 그 대상은 나쁜 사람인 경우가 많고요. 언니의 부모님에게 말을 하느냐 마느냐 문제는 쓰니가 고민할 일 아닙니다. 말하고 싶었다면 언니가 직접 말했을 일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건데, 언니의 자살은 쓰니가 죄책감 가질 일 아닙니다. 쓰니가 도울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글쓴이가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글쓴이도 학생인데 정신과 가서 빨리 상담 받고 치유 받으세요.주변 가까운 사람 죽음. 특히 자살은 심각하게 주변사람에게 영향을 끼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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