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서른 한 살, 그녀의 고백

2017년 3월 21일   정 용재 에디터

▼사진출처 :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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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서른 한 살입니다. 그리고 태어나서 지금까지 생리가 없었습니다.”

올해 31살. 일본 기자 하야시 아키의 고백입니다.

그녀는 지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오랜 시간 자신을 괴롭혀 온 ‘원발성 무월경’을 털어놨습니다.

“내가 초등학생일 무렵 어머니가 ‘생리가 오면 팥밥(경사스러운 날에 먹는 음식)을 짓자’라고 말씀하신 게 기억난다. 생리는 부끄럽지만 경사스러운 일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

“학교 화장실에서 쓰레기 버리는 곳을 볼 때마다 내게도 이런 일이 생기겠지, 긴장됐다”

“한 살 아래 동생은 벌써 생리를 시작했지만, 내 생각을 하느라 팥밥을 지을 수 없었다.”

중학교 무렵에는 생리가 오지 않는 것이 걱정되기 시작했다고 고백한 그녀.

하지만 당시엔 ‘질병’으로 인식하지 않았으며 병원에도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시절엔 그녀가 “사실 나 아직 생리를 안 해”라고 말하면 “생리는 옮겨지잖아. 내가 옮겨줄게”라며 엉덩이를 부비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도 생리는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나도 언젠가 부모가 되는 날이 오는 걸까. 나는 과연 아이를 가질 수 있을까”

그리고 그녀는 산부인과에서 ‘원발성 무월경’ 진단을 받았습니다.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없다는 진단이었습니다.

가끔 유모차에서 새근새근 자는 아이를 보면 귀엽다는 생각이 들면서 가슴 한 켠이 아리기도 합니다.

남자 아이를 낳을지, 여자 아이를 낳을지 이름까지 생각한 적도 있는데.

하지만 그녀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자신을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신체적 특징의 하나고, 내 정체성의 일부가 되었지만 그것이 나의 전부는 아니다”

“없는 것을 없다고 한탄하기보다 작은 것이라도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생리가 없는 사람이니까 직장에서 생리 휴가, 출산 휴가, 육아 휴직은 불가능 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대신에 일을 많이 할 수 있겠지. 돈 얘기를 하자면, 생리용품을 살 필요가 없으니까 과자라도 사버릴까 생각할 때도 있다.”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하자 끔찍한 말을 내뱉은 남사친도 있습니다.

“생리가 없다는 건 콘돔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건가?”

그녀는 그 말에 질려 입을 바로 닫아버렸습니다.

그리고 3년 전, 그녀는 자신을 너무나도 예뻐해주는 남자를 만나 결혼했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자신의 손을 잡았을 그 남자가 정말 고맙다고 털어놨는데요

“만약 언젠가 당신이 원한다면 어떤 치료든지 받을 생각이야. 인터넷을 보니 원발성 무월경이라도 치료를 거쳐서 아이를 얻은 경우가 있는 것 같아. 그래도 무리라면 당신과 헤어져도 어쩔 수 없어”

그녀의 고백에 남편은 “왜 그런 말을 해”라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고 합니다.

또한 그녀는 남편과 자신의 사이에 대해 “아주 좋다”라고 자랑 아닌 자랑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지금은 세상을 떠난 부모님에게도 감사를 전했습니다.

“이미 세상을 떠난 부모님은 ‘인간이라면’이라고 가르친 적은 있어도 ‘여자라면’이라고 말한 적은 없다”

“무월경 진단을 받은 후에도 부모님께서는 나의 상황을 단순히 신체적 특징의 하나로 가르쳐주신 덕분에 지금까지 당당할 수 있었다”

물론, 그녀 역시 지금의 마음을 갖기까지 수많은 어려운 일을 겪었을 거에요.

하지만 상황이나 환경을 탓하며 주저앉기보다 가진 것에 감사하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 것 같습니다.

덕분에 오늘 하루를, 그리고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것 같네요.

온라인 이슈팀 <제보 및 보도자료 editor@postshare.co.kr / 저작권자(c) 포스트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