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안 가려고 작두로 손가락 ‘싹둑’ 잘랐다

2017년 4월 3일   정 용재 에디터

▼사진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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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절단·고아 행세에 멀미예방약까지…별의별 병역범죄

병무청 특별사법경찰관, 5년간 병역범죄 212건 적발

병역범죄 기소율 64.2%…디지털 포렌식 수사 장비 도입키로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이영재 기자 = 병무청이 2012년 4월 특별사법경찰관(이하 특사경) 제도를 도입한 후 현재까지 총 212건의 병역범죄를 적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병무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 등에 따르면 2012년 4월 18일 특사경 도입 후 올해 3월 말까지 212건의 병역 회피 범죄가 적발됐다.

연도별로는 2012년 9건, 2013년 45건, 2014년 43건, 2015년 47건, 2016년 54건 등으로 증가 추세이며, 올해 들어서는 지난달 말까지 14건의 범죄를 색출했다.

병역 범죄 유형을 보면 고의 문신이 52건으로 가장 많았고, 정신질환 위장 51건, 고의 체중 증·감량 47건, 안과 질환 위장 22건 등이다. 척추질환 위장과 학력 허위기재, 어깨탈구 위장, 고아 위장 등의 회피 행위도 드러났다.

특사경에 적발된 범죄를 보면 황당한 사례가 많다.

병역신체검사에서 2급 현역 판정을 받은 김 모 씨는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작두로 손가락을 절단해 보충역 처분을 받았다가 특사경의 수사로 적발됐다.

현역 입영에 막연한 불안감을 느낀 김 씨는 인터넷 홈쇼핑을 통해 칼날 길이 23.5㎝의 작두를 산 후 오른손 다섯 번째 손가락 일부를 잘랐다. 그는 병사용 진단서를 발급받아 병역 재신체검사를 받았다.

“참치 캔을 따다가 손가락이 절단됐다”고 병역판정전담 의사에게 거짓 진술했다가 이를 수상하게 여긴 의사가 병무청에 수사를 의뢰, 특사경의 수사로 범행이 들통났다. 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현역 입대를 피하고자 고아로 아동보육시설에서 생활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제출했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다.

이 사례는 보육원 등 아동양육시설에서 일정 기간 거주하면 제2국민역 판정을 받도록 한 병역법의 허점을 노린 새로운 병역 회피 수법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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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명 병무청장과 특사경
박창명 병무청장이 특사경 직원들과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병역판정검사 통지서를 받은 조 모 씨는 할머니가 일하던 보육원의 직원에게 부탁해 자신이 18세가 되기 전까지 11년 4개월간 아동양육시설에 거주했다는 허위 사실을 기록한 병역복무변경·면제 신청서를 냈다. 제2국민역 처분을 받았지만, 특사경의 수사로 실제 보육원에 거주하지 않고 주소만 올려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조 씨는 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병역판정검사를 다시 받아 현역 입영대상자가 됐다. 보육원 직원도 처벌됐는데 특사경이 병역회피 조력자를 공범으로 적발한 첫 사건으로 기록됐다.

미국에서 대학을 마치고도 중학교 퇴학이라고 학력을 속여 병역면제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

문 모 씨는 미국의 학제가 복잡하고 졸업 여부를 확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착각, 병역판정신체검사를 받을 때 “가족 문제로 중학교를 중퇴하고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않았다”고 속였다.

어머니와 친구로부터 자신이 중학교를 나오지 않았다는 허위 진술서를 받아내 병무청에 제출해 제2국민역 처분을 받았다.

문 씨는 미국에 있을 때 친구로부터 ‘한국말을 잘 못 하고 문화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입대하면 군 생활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 학력을 속여 병역을 감면받으려는 마음을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병무청은 전했다.

이밖에 귀밑에 붙이는 멀미 예방약을 눈에 대고 비비면 동공이 일시적으로 커지는 점을 이용해 병역판정검사에서 동공운동 장애가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병역을 감면받은 사례도 있었다. 특사경은 멀미 예방약과 동공 확대 효과에 관한 연구논문을 분석하는 등 18개월에 걸쳐 조사한 끝에 범죄를 적발했다.

체중을 늘려 보충역 판정을 받고자 약 2㎏에 달하는 지점토를 허벅지에 얇게 바르고 압박붕대로 감아 병역판정검사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이 같은 ‘꼼수’도 특사경의 감시망에 걸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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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대상입니다'[연합뉴스 자료사진·기사내용과 무관]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017년 첫 병역판정검사가 실시된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제1병역판정검사장에서 입영대상자가 병역판정을 받고 있다. 2017.1.23

병무청은 “병역범죄 기소율은 64.2%로, 일반 경찰에 의한 일반범죄 기소율 39.4%(2012~2014년 평균·법무부 범죄백서 기준)보다 높다”면서 “이는 특사경이 수사 역량을 제고하고, 병역회피 범죄 혐의 입증을 위한 체계적인 증거 수집 등 면밀한 분석과 병역회피 혐의 입증 노력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특히 정보기술 발전에 맞춰 휴대전화 등에 저장된 병역범죄 증거자료 수집과 복원 등을 위한 과학적 수사기법의 목적으로 디지털 포렌식 수사 장비를 도입해 나갈 예정이라고 병무청은 설명했다.

박창명 병무청장은 “병역 면탈(회피) 범죄가 이 땅에 발붙일 수 없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매와 같은 매서운 눈, 진돗개와 같이 한번 물면 놓지 않는 끈기로 병역면탈 범죄를 단속하는 파수꾼이 되어 단 한 명의 병역면탈 범죄도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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