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닭 파문’ 에도 ‘가격인상’ 에도 명불허전 ‘치느님’

2017년 4월 10일   정 용재 에디터
▼사진 출처: 연합뉴스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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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소울푸드’ 치킨…국민음식 자장면 인기는 ‘시들’

‘치맥지교’·’치중진담’ 신조어 쏟아지고 ‘치킨지수’도 개발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눈 오는 날에는 치맥(치킨과 맥주의 줄임말)인데”

2014년 방영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속 주인공 전지현이 눈 오는 하늘을 바라보며 읊조린 대사다.

우리나라 국민이 전지현처럼 꼭 눈이 오는 낭만적인 날에만 치킨을 찾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스포츠 경기를 앞두고 단합된 마음으로 응원이 필요할 때, 월급을 받아 소소한 행복을 가족과 나누고 싶을 때,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와 불금(불타는 금요일의 줄임말)을 즐기고 싶을 때 생각나는 음식이 바로 치킨이다.

10일 인공지능 기반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가 2011년부터 지난 6일까지 블로그(8억4천619만건), 트위터(125억1천582건)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SNS상 치킨 언급량은 2011년부터 매년 평균 33% 증가했다.

지난해 SNS상 치킨 언급량은 323만3천25건에 달한다.

지난 한 달간 치킨 언급량이 가장 많았던 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된 3월 10일(3만4천828건)이다.

이는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바라던 사람들이 탄핵 결정을 자축하며 치킨을 시켜먹고 SNS상에 인증샷을 많이 남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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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달리 기쁜 날 가족들과 함께 먹는 대표적인 외식·배달 메뉴인 자장면의 인기는 시들해지고 있다.

자장면의 SNS 언급량은 지난해 27만4천662건으로 치킨 언급량과 비교하면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자장면을 먹는 날로 유명한 ‘블랙데이'(4월 14일) 언급량도 2011년에는 1만7천587건에 달했지만 2016년에는 6천296건까지 줄어들었다.

치킨을 사랑하는 만큼 사람들은 치킨 관련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월별 치킨 언급량은 20만건∼30만건 수준이지만 치킨 업계 가격 인상, 브라질산 ‘부패 닭고기’ 파문이 일었던 지난달 치킨 언급량은 40만654건까지 치솟았다. 이는 전월 언급량(33만1천744건)보다 21% 증가한 것이다.

특히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 BBQ가 가격 인상을 언급하고 정부가 제동을 걸며 치킨값을 두고 양측이 날을 세웠던 지난달 13, 14일 치킨 언급량은 2만3천499건, 2만4천906건에 달해 박 전 대통령 탄핵일 다음으로 많았다.

치킨과 관련한 신조어가 쏟아지는 것도 우리나라 국민이 치킨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증명한다.

치맥지교(치킨과 맥주로 우정을 나누다), 치중진담(치킨을 먹으며 진솔한 대화를 나누다) 등이 대표적이다.

치맥지교, 치중진담을 나누는 대상은 친구인 경우가 많다. 2011년부터 지난 1월까지 치킨과 관련해 가장 언급이 많이 된 인물 1위가 친구(59만4천970건)인 점은 이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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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상 치킨 언급량은 기온, 풍속, 시가총액과 유의미한 상관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음소프트는 이러한 사실에 착안해 트위터상 치킨 언급량, 기온, 풍속, 시가총액 변수를 조합한 ‘치킨지수’까지 개발했다.

다음소프트는 “치킨지수는 SNS상 행복 언급량 증감과 유사한 추이를 보인다는 특징이 있다”며 “최근 치킨지수가 가장 높았던 날은 박 전 대통령 탄핵 결정이 난 지난달 10일이었다”라고 설명했다.

sujin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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