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3주기’ 맞아 공개된 단원고 학생 ‘유품’ 사진들 (사진 11장)

2017년 4월 12일   정 용재 에디터
▼ 사진출처 : 연합뉴스(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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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3년을 기록하다…4·16기억저장소의 ‘기억’

‘잊지않겠다’ 약속지키려 모은 자료 1천200여 박스…63빌딩 높이 1.5배

“개인의 기억을 사회의 기억으로…기록 모아 세월호 교훈 얻어야”

(안산=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기록은 역사이며, 기록은 진실입니다. 이 기록들은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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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기억저장소가 올해 1월에 발간한 ‘기록으로 싸우게 하라’ 자료집 머리글에 나온 내용이다.

세월호 참사 후 ‘잊지 않겠다’, ‘기억하겠다’는 다짐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하늘의 별이 된 304개의 꿈을 펼치기 위해 4·16 기억저장소는 어제도, 오늘도 기록을 모은다.

지난 3년간 세월호 희생자, 미수습자, 가족 그리고 그들을 지켜본 시민들의 기록물 40여만 건을 모아 분류·정리한 4·16 기억저장소의 ‘기억’을 되짚어 본다.

◇ 모으고 또 모았다…기억 보존의 시작

4·16 기억저장소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발생 후 한 달도 되지 않아 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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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학 교수 등 전문가들은 진도로 내려가 팽목항, 진도체육관 등지에서 사진과 영상을 찍으며 기록 수집을 시작했다.

이들은 기록관리전문단체 등 28개 단체가 모인 ‘시민네트워크’를 구성해 희생자 및 미수습자, 생존자, 자원봉사자, 공무원, 기자까지 참사와 관련한 거의 모든 사람의 기록을 모으고 또 모았다.

서울시청 광장에 설치된 합동분향소와 추모 시설에 모인 기록물과 작품, 서울시가 촬영한 사진 및 동영상도 빠뜨리지 않고 챙겼다.

같은 시기 홍영의 국민대 한국역사학과 교수 등은 영상기록단·작가기록단·사진기록단·기록관리단 등으로 나뉜 ‘시민기록위원회’를 꾸려 안산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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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후 1년여간 가족들의 진상규명 활동을 담은 영화 ‘나쁜나라’가 제작된 것도, 부모·형제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금요일엔 돌아오렴’이 발간된 것도 시민기록위원회의 역할이 컸다.

시민기록위원회는 취지 선언에서 “세월호 참사의 원인 규명과 그에 따른 고통을 있는 그대로 기록해 다시는 우리 사회에서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하려 한다”며 “기록의 범위는 사건 발생 이전부터 안전한 사회가 만들어지는 시간까지이며, 내용으로는 진상규명을 위한 기록물에서 일상의 무의식까지이다”라고 밝혔다.

진도와 안산에서 각각 활동하던 ‘시민네트워크’, ‘시민기록위원회’ 두 단체는 2014년 8월 뜻을 모아 안산의 평범한 주택가 상가 건물에 4·16 기억저장소의 문을 열었다.

기록물을 좀 더 꼼꼼하게 수집하고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그게 오늘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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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인 2015년 4월에는 인근 다른 건물에 정리한 기록물을 전시하는 소통 공간인 제2호관(4·16 기억전시관)을 마련했다.

4·16 기억전시관은 최근 기억 육필시 전시회 ‘금요일엔 함께하렴’을 마무리했으며, 오는 13일부터 기억 만화·시를 선보이는 ‘그날을 오늘처럼’ 전시를 열 예정이다.

◇ 버킷리스트부터 운동화까지…아이들의 모든 것

4·16 기억저장소의 자료는 ‘304명의 개인기록’, ‘부모·형제들의 삶의 기록’, ‘시민들의 기록’으로 나뉜다.

기록물을 하나씩 살펴보면 그 누구 하나 사연이 없는 사람이 없어 보는 이의 마음을 애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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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기록의 경우 희생자 개인기록수집팀(3인 1조)이 가족들과 일정을 조율한 뒤 가가호호 방문해 인터뷰하고 사진을 찍는 등의 방법으로 수집한 것들이다.

기록 대부분은 실물 수집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가족들이 종이 한 조각, 먼지 한 톨이라도 더 가지고 있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3반 도언이의 서랍에서 나온 ‘준비물 쪽지’에는 속옷, 샴푸, 카메라, 멀티탭 등 설레는 제주도 수학여행을 기대하며 챙긴 준비물 내용이 정리돼 있다.

수학여행 안전수칙이 담긴 안내문, 유류품으로 나온 용돈, 파우치, 운동화, 휴대전화도 한 장의 사진에 담겼다.

아이들이 바랐던 작은 소망이나 꿈꿨던 미래 또한 4·16 기억저장소의 소중한 기록물로 남아 있다.

7‘후회 안 되도록 효도하기’가 적힌 예진이의 버킷리스트, ‘영화과 수시모집 요강 총정리’ 내용이 담긴 예은이의 대학진학 계획서, ‘나의 미래가 기대되고 기다려진다’고 쓰인 도언이의 글까지,세월호 참사만 없었더라면 이루고도 남았을 것이다.

이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친구·선생님과 웃음꽃을 피웠던 ‘기억교실’은 지난해 8월 안산교육지원청으로 임시 이전, 시민 누구나 방문해 추모할 수 있다.

4·16 기억저장소는 교실이 간직한 소중한 기록물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채 고통 속에 사는 가족들의 일상 기록도 4·16 기억저장소가 할 일이다.

가족들의 기록을 남기는 활동에 있어서는 4·16 TV가 중추적 역할을 했다. 4·16 TV는 가족이 가는 곳마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현장 상황을 생중계하는 등 600여 편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 조회 수는 100만 건을 넘어섰다.

아이와의 일화, 수학여행 준비, 사고 소식을 접한 후, 장례 과정, 진상규명 활동 등 가족들의 구술을 채록하는 작업은 구술증언팀을 통해 이뤄져 왔다.

이 밖에 진도, 안산, 서울, 그리고 해외 각지의 시민 추모 행렬 속 남겨진 노란 리본, 종이배, 포스트잇 등에 담긴 메시지부터 그림, 엽서, 작품까지 다양한 유형의 시민 추모 기록은 세월호 참사의 기록할 때 빼놓을 수 없다.

4·16 기억저장소는 시민들의 기록을 효율적으로 수집하기 위해 온라인 아카이브 시스템을 재구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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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의 기억을 넘어 사회의 기억으로”

4·16 기억저장소가 3년간 모은 기록은 40여만 건에 달한다.

보관된 자료 1천200여 개의 박스를 일렬로 세워 놓으면 여의도 63빌딩의 1.5배가 될 정도로 방대한 양이다.

그러나 기록 수집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실이 인양되고 책임자가 처벌되는 날까지 계속 기록을 수집하고, 이를 재생산할 계획이라고 4·16 기억저장소는 말한다.

4·16 기억저장소는 자료집에서 “사회 어느 곳도 세월호 참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 모두 문제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라며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반성은 철저해야 하며, 그 반성의 근거에는 기록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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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성 4·16 기억저장소 소장은 “3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기억을 멈추지 않았다”며 “기억은 일상적으로 매일매일 해야 한다. 잊지 않아야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기억의 힘은 세월호 인양으로 이어졌다. 인양은 진상규명으로, 또 책임자 처벌로 이어져 안전한 사회를 건설하는 데에 기여하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학 교수는 “세월호 참사 초기 진도와 안산에서 투 트랙으로 움직이던 두 단체가 4·16 기억저장소라는 이름 아래 힘을 모아 지금에 이르고 있다”라며 “현재 세월호 선체가 거치 된 목포에도 4·16 기억저장소 인원이 내려가 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계속 기록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월호 가족들은 기록을 모으는 데에 적극적이다. 과거의 사실을 모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하기 때문”이라며 “기록은 개인의 기억을 넘어 사회의 기억이 된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얻은 교훈을 활발히 공유하면, 우리 사회가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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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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