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대숲에 올라온, “첫경험에 성병에 걸렸습니다”

2017년 4월 25일   정 용재 에디터

▼사진출처 : GettyImagesBank(해당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crying upset woman


‘첫경험’에 생긴 성병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한 여대생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0일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에는 “첫경험에 성병 걸렸습니다”라고 시작하는 익명의 사연이 올라왔다.

첫경험에 성병이라니. 곧바로 남자친구에게 추궁하자 남자친구는 “너를 만나기 전 클럽에서 만난 여자들과의 잠자리를 즐겼다”라고 고백했다.

작성자 A양은 현재 HPV 바이러스 저위험군과 고위험군 각각 한 개씩 검출된 상태. 또한 저위험군 때문에 곤지름이라는 성기 사마귀에 걸려 레이저 치료를 두 번 받았다. 허나 그것 역시 언제 또 재발할지 모른다.

A양은 “특히 임신 중에는 면역력이 낮아져서 재발확률이 높아지고 만약 임신 중에 재발하면 태아에게 수직감염 될 우려가 있어 제왕절개로 출산을 해야 된다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고위험군 바이러스가 자궁경부암을 일으킬 수 있는데 아직까지 그런 상황은 아닙니다. 그래도 평생 6개월에 한번씩 검사를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합니다”라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남자친구와는 성병 사실을 알린 후 헤어졌다. 3개월 간의 치료는 너무 고통스러웠다. 매일 울면서 지냈다. 버티기가 힘들어 중도 휴학을 했다.

레이저 치료는 극소 마취를 한 후 진행되는데 마취주사를 두 번씩 놓을 때마다 죽고 싶었다. 또한 자궁경부암 검사를 위해 질경으로 질을 벌린 후 채취하는 과정에서 A양은 ‘살점들이 쓸려 내려가는 고통’을 겪었다. 끝나고 일어서면 피가 뚝뚝 떨어졌다. 3일간은 생리마냥 피가 묻었다.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검사비용, 치료비용, 백신주사 등 모두 합쳐 1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다. 학생인 남자친구가 건넨 돈은, 30만 원이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정신적 고통이었다.

A양은 “불안한 마음에 산부인과 선생님께 여쭤보니 고위험군 바이러스가 암을 발생시키면 자궁을 드러내야 한다는 말도 하시고 평생 검사하면서 언제 암에 걸릴지 모른 채 살아가야 된다는 게 너무 두렵습니다. 임신은 할 수 있을지. 출산은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결혼하기 전까지 내 자궁은 무사할지. 이런 성병 병력이 있는 여자를 받아줄 남자는 있을지. 결혼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긴다면 당당하게 앞에 설 수 있을지…”라고 어려운 마음을 털어놨다.

또한 같은 여자로서 위로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던 산부인과에서는 위로 대신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의 경멸의 눈초리를 받아야만 했다.

Gynecological chair in gynecological room

‘굴욕의자’에 누워 처음 보는 사람에게 다리를 벌리는 순간 A양은 “혹시 또 재발하거나 자궁경부암으로 발전되면 차라리 집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게 낫겠다”라고 생각했다.

성병 거린 여자=문란한 여자=더러움, 으로 보일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이 여성의 몸인 것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는 A양.

A양은 “남자친구는 남자라 자기가 바이러스를 옮겨놓고도 자궁이 없으니 자궁경부암에 걸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고 여성에 비해 면역력이 강하기 때문에 곤지름도 생기지 않았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이어 “참고로 전남친이 된 그 남자친구는 지금 학교 생활 잘하고 있고 새여자친구도 생겼습니다. 또 남자친구는 비뇨기과 치료를 한번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즉 아직 몸에 바이러스가 남아있다는 거죠. 또 한명의 여자 여자 인생을 망칠 작정인가 봅니다”라고 충격적인 전남친의 근황을 전했다.

언제쯤이면 건강을 제대로 회복할 수 있을까. 연애를 꿈꿔볼 순 있을까. 완치된다고 해도 미래의 남편에게 지금의 일들을 고백할 수 있을까. 그럴 바엔 평생 혼자 사는 게 나을까.

A양의 솔직하고도, 안타까운 더 나아가 열불 나는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힘내세요”, “새 여친이라니. 진짜 누구 인생 조질 거냐”, “진짜 화납니다”, “나쁜 생각하지 마세요. 꼭 완치될 거에요”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통계에 따르면 국내 성병 환자는 2011년 약 35만 7000명에서 2015년 약 44만 3000명으로 약 24.2%의 증가율을 보였다. 또한 남성의 경우 5년간 약 52만 명의 환자가 진료를 받은 반면 여성은 그보다 2.7배 많은 약 141만 5000명이 진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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