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美 경찰, ‘거짓 신고’에 출동했다 총격 사망(종합2보)

2015년 6월 22일   School Stroy 에디터
27년 베테랑 경찰관 소니 김, 비번에도 달려갔다가 참변
큰 아들 작별 인사 “우리 가족과 다른 사람들을 안전하게 해 줘 너무 고맙다”

(뉴욕·서울=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김남권 기자 = 위급 상황이 발생했다는 거짓 신고에 출동한 한국계 미국 경찰이 20대 흑인 청년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20일(이하 현지시간) CNN 방송에 따르면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사는 트레피어 허몬스(21)는 19일 아침 다급한 목소리로 911에 전화했다.

총을 든 사내가 위험하게 돌아다니고 있다며 경찰의 출동을 요청한 허몬스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렸다.

목격자를 가장한 허몬스는 괴한의 인상착의와 출동 장소 등을 알리고 전화를 끊었다.

거짓 신고를 받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이는 한국계 경찰관 소니 김(48) 씨였다.

허몬스는 김 경관이 도착하자 미리 준비해둔 총을 꺼내 방아쇠를 당겼다.

김 경관은 방탄조끼를 입고 있었지만 허몬스가 쏜 총을 맞고 쓰러졌다.

허몬스는 곧이어 도착한 견습 경찰을 향해서도 총을 쐈고 쓰러진 김 경관에게 달려가 그의 총기를 빼앗으려는 순간 현장에 도착한 다른 경찰이 허몬스에게 총을 쐈다.

김 경관은 동료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고 허몬스 역시 사망했다.

허몬스는 범행 전에 ‘경찰에 의해 자살할 것'(commit suicide by cop)이란 문자 메시지를 지인들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제프리 블랙웰 신시내티 경찰서장은 허몬스가 자신의 문자를 받은 누군가가 경찰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알려주기를 바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허몬스는 청소년기에 절도와 강도, 무기 소지 등으로 여러 차례 체포됐고 성인이 돼서는 지역 갱단에 가입했다고 블랙웰 서장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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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허위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총격 사망한 한국계 미국 경찰 서니 김

신시내티 한인회에 따르면 세 아들의 아버지인 김 경관은 한국에서 태어나 1977년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주했다.

경찰관 경력 27년의 베테랑인 그는 가라테 6단의 실력도 갖춰 시간제(파트타임)로 경찰과 학생들에게 가라테를 가르치고 있다.

큰 아들은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자전거타기, 5㎞달리기 등 아버지와 함께 했던 추억들을 거론하고 나서 “우리 가족을,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들을 안전하게 해 줘 너무 고맙다”고 작별 인사를 했다.

한혁구 신시내티 한인회장도 “근무일이 아니었는데도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들었다”면서 “아버지의 날(Father’s Day)을 앞두고 변을 당해 너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한편 김 경관 가족을 도우려고 온라인에서 진행되는 모금운동에는 하루만에 1천600명이 참가해 8만 5천 달러 이상의 성금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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