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죽음을 맞이한 뉴질랜드 30대 아빠의 마지막 소원

2017년 6월 9일   정 용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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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연합뉴스

(오클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 뉴질랜드에서 교통사고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게 된 30대 아빠가 생명 유지 장치에 의지한 채 어린 딸들의 발자국 문신과 이름을 가슴에 새겨 넣고 나서 영면에 들어갔다.

젊은 아내와 다섯 살부터 생후 8개월 사이 어린 딸 네 명을 남겨두고 혼자 이승을 떠나는 그는 마지막 소원이 이뤄지자 눈을 감았다.

뉴질랜드 언론은 오클랜드 시내에서 교통사고로 갑자기 죽음을 맞게 된 대니얼 코파(34)가 오클랜드 병원에서 생명 유지 장치에 의지한 채 가슴에 딸들의 발자국 문신과 이름을 새겨 넣은 뒤 딸들을 가슴에 끌어안고 세상을 떠났다고 9일 전했다.

코파는 지난 6일 오전 오클랜드 시내 중심가에서 길을 건너다 자동차에 치여 위독한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가족과 친구들이 비보를 듣고 달려가 그의 병상을 지켰다.

하지만 소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들은 가족들은 코파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그것은 딸들에 대한 사랑의 표시로 가슴에 이미 새겨넣은 큰딸 하퍼(5)의 발자국 문신 옆에 둘째 딸 조이(2)의 발자국 문신과 쌍둥이 막내딸 에덴과 찰리의 이름을 새겨 넣는 것이었다.

오클랜드 문신사 안드레 가르시아는 7일 밤 코파의 친구로부터 급히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가 의식불명 상태에 있는 코파의 몸에 문신을 새겨 넣었다고 밝혔다.

가르시아는 “사고가 있기 전에 이미 그가 문신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가족들의 얘기를 듣고 기꺼이 문신작업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병원에 도착해 가족과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밤 11시 30분부터 새벽 2시까지 문신작업을 했다며 작업을 하면서도 가슴이 뭉클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일이 가족들에게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이들이 자라서 자신들의 역사를 알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클랜드 북부 지역에서 문신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가르시아는 작업에 대한 비용은 정중히 사양했다며 자신이 새긴 문신이 가족들의 치유 과정에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어린 딸들을 가슴에 새겨 넣은 코파는 8일 오전 아내 칼리 클리랜드의 동의를 얻어 의료진이 생명 유지 장치를 제거함에 따라 100명이 넘는 가족과 친구들이 작별 인사를 받으며 곧바로 영면에 들어갔다.

필 고프 오클랜드 시장도 자신의 자녀들과 함께 학교에 다닌 코파 부부를 잘 알고 있다며 그에게 작별 인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코파의 절친 조니 챔버스는 칼리가 생명 유지 장치를 끄기로 하는 몹시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칼리는 코파가 이제 떠날 준비가 됐다고 말하는 걸 느낌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코파의 친구들은 갑자기 아빠를 잃어버린 가족들을 돕기 위해 ‘기브어리틀’이라는 뉴질랜드 온라인 소액기부 사이트에서 모금활동을 시작해 9일 오전까지 9만 달러(약 7천200만 원)가 넘는 돈을 모았다.

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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