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들이 가해자에게 ‘저항’하지 못하는 과학적인 이유

2017년 6월 12일   정 용재 에디터

A shadow of a hand on a dark shower curtain

▲사진출처: gettyimagesbank (이하)

성폭행을 당할 경우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것이 ‘정상적’인 행동이라는 관념이 널리 퍼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행동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성폭행 피해자는 피해를 당하는 순간 의학적으로 저항능력이 마비된다는 것.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안나 몰러 박사 연구팀은 “성폭행 피해 여성 298명을 면담한 결과 그들 중 70%가 성폭행 당시 상당한 수준의 ‘긴장성 부동화(Tonic immobility, TI)’를 겪었다”고 밝혔다.

특히 그 중 48%는 극심한 수준의 TI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TI 상태는 사람을 포함한 동물들이 긴장이나 공포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몸이 굳어 꼼짝도 하지 못하는 현상이다.

고양이 앞에서 쥐가 꼼짝을 못하거나 자동차가 돌진하는 상태에서 개나 고라니 등이 꼼짝을 하지 못하는 것이 모두 TI 상태다.

TI는 자신이 저항도 못해보고 당했다는 괴로움과 자책감을 안겨줘 피해자에게 더 큰 후유증을 남긴다.

Victim of sexual abuse

depression

연구팀이 6개월 뒤 피해자들을 다시 조사한 결과 성폭행 당시 TI를 겪은 피해 여성의 경우 그렇지 않은 피해자에 비해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을 겪게 될 위험이 2.75배나 큰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에 시달릴 위험은 3.42배나 더 컸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성폭행 피해자의 긴장성 부동화가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몰러 박사는 “성폭행 피해자들이 직면하게 되는 법적 상황이나 심리치료 과정에서 이 연구 결과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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