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메이지시대 산업유산 세계유산 등재

2015년 7월 6일   정 용재 에디터

조선인 강제노동 현장인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왼쪽) 탄광과 나가사키 조선소의 대형 크레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본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이귀원 김효정 기자 = 조선인 강제동원 현장을 포함한 일본 메이지시대 산업유산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독일 본 월드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39차 회의에서 일본 정부가 미쓰비시 조선소를 포함해 규수(九州)와 야마구치(山口) 지역 중심 근대화 산업시설 23곳을 하나로 묶어 등재 신청한 산업유산 시설들을 ‘Sites of Japan’s Meiji Industrial Revolution: Iron and Steel, Shipbuilding and Coal Mining'(일본 메이지 산업혁명: 철강, 조선 그리고 탄광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유산에 등재했다.

이날 등재된 산업유산 23곳 중 총 7개소는 태평양전쟁 중에 조선인이 대규모로 강제동원돼 노동에 혹사된 곳이다.

이들 7개소 중 나가사키 조선소는 제3센쿄·대형크레인·옛 목형장의 3곳이고, 다카시마 광업소는 다카시마 탄광과 하시마 탄광의 2곳이다. 또 ‘미이케 탄광 및 미이케 항’과 ‘야하타 제철소’도 포함됐다.

우리 정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들 7개소에는 약 5만7천900명에 달하는 조선인 노무자가 강제동원되고, 그 중 94명이 동원 중에 사망하고 5명은 동원 중에 행방불명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인 징용 노무자 규모를 사업장별로 보면 나가사키 조선소가 3곳을 합쳐 4천700명에 이르며, 다카시마 탄광 4만명, 하시마 탄광 600명, 미이케 탄광 및 미이케 항 9천200명, 야하타 제철소 3천400명으로 추산된다.

일본은 이들 7개소를 포함한 23개 산업유산을 ‘메이지시대(1868~1912)’로 한정해 세계유산 중에서도 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일본은 이들 산업유산이 세계유산이 될 수 있는 근거로 세계유산협약의 이행지침이 규정한 6가지 문화유산 등재 기준 중 (ⅱ), (ⅲ), (ⅳ)의 세 가지를 제시했지만, 세계유산위는 두 번째와 네 번째 두 가지만을 인정했다.

등재기준 (ⅱ)는 ‘특정 기간과 문화권 내 건축이나 기술 발전, 도시 계획 등에 있어 인류 가치의 중요한 교류의 증거’가 될 것을 요구한다.

이와 관련해 이날 세계유산위는 이들 산업유산이 “일본이 19세기 서양의 기술을 국내적 필요와 사회적 전통에 따라 변용하여 일본식 산업구조 형성에 기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했다.

나아가 “인류의 중요한 단계(들)를 보여주는 건물, 건축, 기술의 총체나 경관의 탁월한 사례”를 요구한 등재기준 (ⅳ)에 따라 메이지 산업시설들이 “일본이 비서구국가 중 최초로 산업화를 달성한 과정을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했다.

taesh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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