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 시험지를 찢어낸 학생과 이를 본 교수의 반응 (ft. 영화 ‘동주’)

2017년 6월 26일   정 용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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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tvN ‘치즈인더트랩’ 캡처(해당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기말고사 시험지를 찢어낸 학생과 이를 본 교수의 반응이 SNS상에 공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22일 경희대학교 철학과 전호근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찢어버린 답안지’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자신의 시험(과목: 인간의 가치 탐색) 방식에 대해 “늘 그렇듯 내 시험은 오픈 북으로 치러지며 온 세상의 모든 자료를 참고하게 한다. 심지어 옆 친구 답안지를 봐도 좋고 서로 상의해서 글을 쓰는 것도 허용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어진 주제나 자신이 쓴 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찢어버려도 좋다고 권한다. 그런데.. 이번 학기에 정말 답안지를 찢어버린 학생이 있었다. 처음 있는 이이다. 찢어버려도 된다고 그랬다고 진짜 찢어버린 것이다”라고 덧붙이며 적잖은 당혹감을 표출했다.

이와 함께 공개된, 여러 장의 사진. 이는 바로 패기(?)로 똘똘 뭉친 해당 학생이 제출한 시험지다.

두 장으로 찢겨나간 시험지를 잊는 포스트잇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정상적인 판단’을 통해 도출된 ‘정답’만을 마치 기계에서 뽑아내듯 강요하는 세상을 거부하고, 자신의 과거에 대한 성찰을 통해 스스로 세운 방식에 따라 자기만의 해답을 발견하고 자신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것이 인간의 가치이다.

이에 나는 제도가 인간에게 점수를 부여하고 마치 쇠고기 등급 매기듯 인간을 재단하기 위한 수단인 ‘답안지’를 찢어버림으로써 인간이 바로 그러한 예속으로부터 벗어나 참된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학기 동안 대학생이 되어 공부하며 내가 얻은 깨달음은 바로 이 찢어진 답안지가 잘 담고 있기 때문에 나는 이 찢어진 답안지를 내가 찾은 ‘가치’에 관한 나의 ‘해답’으로 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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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교수는 해당 학생의 글을 읽으며 “영화 ‘동주’의 송몽규가 윤치호에게서 받은 상패를 내동댕이 쳐버리는 장면이 떠올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학생은 알렉산더의 용기를 지녔다.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칼로 끊어버린!”이라고 칭찬하며 글을 마무리 했다.

해당 게시물을 접한 누리꾼들은 “뭔지 공감되네…”, “그리고 다음 학기에는 찢어진 답안지가 절반이었다고 전해진다…?”, “대박이네” 등의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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