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 행복하시라요” 경찰 뒤집어놓은 ‘김정은’이 보낸 화환

2017년 7월 14일   정 용재 에디터

(홍성=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대한민국 19대 문재인 대통령. 결혼이 먼저다’,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 김정은. 동무 행복하시라요’

지난 6월 충남 홍성의 한 예식장에 특이한 축하 화환 두 개가 눈에 띄었다.

신랑 친구가 결혼식을 재미있게 축하해 주고 싶은 마음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이름을 달아 화환을 보낸 것이었다.

‘결혼이 먼저다’라는 축하 문구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대 대선 당시 슬로건으로 내건 ‘사람이 먼저다’를 응용한 것이었다.

또 김 위원장 명의 화환에는 북한 사투리 ‘동무 행복하시라요’란 글귀를 붙여 축하의 마음을 전달했다.

젊은 사람들은 신랑 친구가 재치있게 결혼 축하를 하기 위해 보낸 것으로 생각하고 웃어 넘겼지만, 하객으로 온 동네 어르신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 화환을 본 일부 하객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명의의 화환이 예식장에 설치된 것을 이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마침 이 예식장에 하객으로 온 경찰관이 화환 두 개를 모두 급히 치웠다.

특히 경찰은 김정은 명의 화환에 대공 용의점이 있는지 조사하는 등 한때 소동이 빚어졌다.

재치있게 축하 분위기를 띄우려 했던 이 화환은 알고 보니 단순히 재미만으로 넘길 수 없었다.

공직이나 계급, 훈장, 학위 등을 거짓으로 꾸밀 경우 경범죄 처벌법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대통령이 아니면서 축하 화환에 대통령 명의를 쓴 것은 경범죄처벌법(관명 사칭 등)을 어긴 것으로 판단, 화환을 보낸 신랑 친구에게 범칙금 8만원 처분했다.

비슷한 상황은 얼마 뒤 인근의 한 가게 개업식에서도 있었다.

최근 개업한 가게 주인 지인이 축하의 의미로 ‘청와대 경호실장 ○○○, 축 개업 돈 많이 버세요’라는 문구를 단 화환을 보냈다.

‘경호실장’이라는 직함 뒤에 화환을 직접 보낸 본인의 이름을 달았지만, 역시 경범죄처벌법 위반 사항이었다.

이 역시 경찰에 알려지게 됐고, 화환을 보낸 가게 주인 지인도 8만원의 범칙금을 내야 한다.

경찰은 축하와 재미를 목적으로 화환을 보내더라도 공직이나 관명을 사칭하는 등의 장난을 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경찰 관계자는 “축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장난 혹은 재미로 했다고 하더라도 공직 자격이 없으면서 공직자의 관명을 기재해 경조 화환을 보내면 위법”이라며 “비록 경미한 처벌이지만 주민 혼란을 막기 위해 범칙금 부과 처분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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