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SNS에 ‘곰돌이 푸’를 올릴 수 없는 이유 (사진 3장)

2017년 7월 17일   정 용재 에디터


“시진핑과 비교 금지”…웨이보·위챗 등에서 삭제·차단

 

시진핑 담화 조롱한 지방간부는 면직…”시진핑 1인체제 권위주의화”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중국이 만화영화 캐릭터 ‘곰돌이 푸’의 검색을 소셜미디어에서 차단해 배경이 주목된다.

1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푸를 담은 사진이나 동영상이 최근 한 주 동안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모바일 메신저 위챗 등 소셜미디어에서 삭제됐다.

푸의 이름을 웨이보에 입력하면 “불법 콘텐츠”라는 메시지가 나타나고 있다.

그 까닭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통통한 캐릭터 푸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희화화하는 소재로 사용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시 주석을 푸와 비교한 사진은 2013년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을 만날 때 처음으로 등장했다.

두 정상은 각각 푸와 호랑이 친구 ‘티거’로 묘사됐다.

이듬해에는 시 주석을 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늙은 당나귀 ‘이요’로 빗대는 그림까지 나타났다.

특히 2015년 시 주석이 오픈카를 타고 사열하는 장면을 푸가 장난감 자동차를 탄 모습과 비교한 사진은 정치 컨설트업체 ‘글로벌 리스크 인사이츠’가 선정한 그해 최다 검열 사진으로 선정됐다.

FT는 푸에 대한 이번 검열이 국가 지도부를 임명하는 제19차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을 주목했다.

시사평론가인 차오무(喬木) 베이징외국어대 부교수는 “역사적으로 보면 (당대회를 앞두고) 정치적 세력 규합과 정치적 행동이 금지됐는데 올해는 시 주석에 대한 언급, 세 번째 대상이 추가됐다”고 말했다.

차오 교수는 시 주석에 대해 논평을 했다가 구속된 온라인 평론가도 있다며 곰돌이 검열사건도 같은 맥락으로 본다고 해설했다.

그간 대형 정치행사 기간에 중국 검열 당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단어들은 대체로 직접 관련이 된 것들이었으나 이번에는 다른 양상이다.

곰돌이 푸는 영국 작가 AA 밀른이 1926년 출판된 동화에서 창작한 캐릭터로 원래 이름은 ‘위니 더 푸'(Winnie-the-Pooh)다.

중국내에서는 최근 시 주석의 발언을 희화해 비아냥댔던 한 지방정부 국장이 옷을 벗기도 했다.

홍콩 성도(星島)일보는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의 장하이순(張海順) 질량기술감독국 국장이 “거칠고 속된 언행으로 정치기율을 위반해” 면직 처분됐다고 보도했다.

장 국장은 지난 2월6일 네이멍구 질감국 간부회의에서 “시진핑 총서기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힘을 내 일하라’고 호소했다. 우리 국은 더욱 진지하게 이를 실천해야 한다. 치마를 걷어올리고 힘을 내자”고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장에선 떠들썩하게 웃음이 퍼졌고 장 국장은 회의가 끝난 뒤에도 계속 이를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산당이 낸 통지서는 “장 국장이 회의에서 시 주석의 강연을 두차례에 걸쳐 조롱하면서 정치기율을 논하지 않고 못하는 소리 없이 마구 지껄여 극도로 나쁜 영향을 끼쳤다”고 전했다.

중국은 아울러 시 주석의 1인 체제 권력를 권위주의적으로 강화하면서 시 주석이 주창한 이론을 ‘시진핑 사상’으로 승격시켜 당장(黨章·당헌)과 헌법에 삽입시키려는 시도까지 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중앙조직부가 펴내는 내는 월간 이론지인 ‘당건연구(黨建硏究)’ 최신호는 한 글에서 “18차 당대회 이래의 혁신이론을 ‘시진핑 사상’으로 부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공산당의 간행물에서 처음으로 ‘시진핑 사상’을 공식 언급한 것으로 19차 당대회에서 당장 삽입을 공식화하기 위한 선전전으로 여겨진다.

중국의 새로운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최고 권력자의 지도방침에 맞춰 주의, 사상, 이론, 관(觀) 등의 지도이념을 제시한다.

현재 중국 공산당 당장엔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시작으로 ‘마오쩌둥(毛澤東) 사상’과 ‘덩샤오핑(鄧小平) 이론’,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삼개대표론(三個代表論)’,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과학적 발전관’이 명기돼 있다.

다만 이 지도방침에 장쩌민과 후진타오의 이름은 들어가 있지 않다는 점에서 시 주석의 이름이 들어가게 되면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 반열의 권위를 갖춘 최고지도자가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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