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사변 기념일에 日 “술먹기 좋은 날”…中 ‘발칵’

2015년 7월 9일   정 용재 에디터

주중일본대사관 칠석명절 소개과정서 언급…관련글 삭제

(베이징=연합뉴스) 이준삼 특파원 = 주중 일본대사관이 지난 7일 웨이보(微博, 중국판 트위터)에 ‘오늘은 술 마시기 좋은 날’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가 중국 누리꾼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7월 7일은 일본이 중국침략에 시동을 걸고 중국이 이에 맞서 전면적인 항일전쟁 에 돌입하는 계기가 된 ‘7·7사변(노구교<盧溝橋> 사건)’ 78주년이 되는 날이다.

9일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 등에 따르면 주중 일본대사관은 지난 7일 오후 공식 웨이보 계정을 통해 “또다시 1년 중 가장 맥주 마시기 좋은 날이 왔다”며 맥주 축제 풍경 등을 담은 사진과 함께 일본의 칠월칠석 행사 소식을 전했다.

일본의 칠석 명절이 오래 전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점도 부각했다.

그러나 이 글을 접한 중국의 언론과 누리꾼들은 강한 분노를 터트렸다.

중국언론들은 “중국정부는 7일에 7·7사변을 기념하는 대대적인 행사를 개최했지만 주중 일본대사관은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면서 당일 오후 공식웨이보를 통해 올린 글이 이런 내용이었다며 황당해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공공연한 도발”이라고 비난하면 일본대사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아이디(ID)가 ‘인민보디가드’인 누리꾼은 “1937년 7월7일은 일본제국주의가 전면적인 중국침략 전쟁에 시동을 건 날이다. 일본대사관의 웨이보는 일본정부를 대표한다”며 “이 글은 (역사적) 사실을 흐리고 (중국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일부 중국언론은 이번 논란을 7·7사변에 빗대 ‘칠석사변’이라고 명명했다.

주중일본대사관은 논란이 일자 해당 글을 삭제했다.

이 글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대사관 직원은 다음 날인 8일 해명글을 내놨지만, 중국인들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그는 이 글에서 “나의 아내는 중국인이다. 초등학생 딸도 있다. 그러나 나는 어제 아내나 딸에게 (역사문제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전쟁을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칠석을 맞아 모두 역사를 거울로 삼아 일중 관계가 영원히 평화롭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한 누리꾼은 이에 대해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중요한 건 일본이 중국을 침략했던 7월7일에 대한 당신들 태도다. 당신 가족과는 무관한 일”이라며 “7·7사변은 중국의 초등학생도 안다. 설마 일본대사관에 근무하는 외교관이 몰랐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일각에서는 주중 일본대사관의 웨이보 글을 둘러싼 이번 논란이 중국의 제2차 세계대전 및 항일전쟁 승리 70주년(9월3일) 기념식을 맞아 점차 고조되는 중일의 첨예한 신경전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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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일고 있는 주중 일본대사관의 웨이보글. <<중국청년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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