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화이트 해커’ 이정훈씨가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간 이유

2017년 7월 27일   정 용재 에디터

한국의 천재 ‘화이트 해커’ 이정훈 씨는 왜 한국을 떠나게 됐을까?

지난해 업계에 따르면 이정훈씨는 10월 대학을 중퇴하고 삼성SDS에 입사했지만, 곧 미국에 있는 구글로 이직했다.

화이트 해커란 선의의 해커를 지칭하는 말로 민.관에서 활동하는 보안전문가들을 지칭한다. 고의적으로 인터넷 시스템을 파괴하는 해커인 ‘블랙 해커’나 ‘크래커’와는 다르다.

이들은 주로 미비한 보안시스템을 발견해 관리자에게 제보하거나, 블랙 해커들의 공격을 퇴치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정훈씨는 국내 화이트 해커 중에서도 최고의 실력자로 꼽히던 인물이었다.

그는 20세 때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해킹 올림픽 ‘제21회 데프콘’에서 깜짝 3위를 차지했으며, 2015년에는 한국팀 ‘EDF KOR’를 이끌고 아시아팀으로서는 최초로 우승을 하기도 했다.

특히 2015년 3월에는 캐나다에서 열린 해킹 대회에 홀로 참가해 1위에 오르며 해킹 역사상 최대 상금(약 2억 5천만원)을 획득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특히 그는 이 대회에서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접속 프로그램 보안망을 전부 뚫었는데, 이는 이정훈씨가 마음만 먹으면 모든 스마트폰과 PC를 해킹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삼성 측은 이정훈 씨를 영입하며 “삼성의 보안 사업 자체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력”이라며 “우수한 천재 해커가 외국 기업으로 취업을 희망한다는 얘기를 듣고 반드시 영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이 되지 않아 이정훈씨는 스스로 삼성을 떠났다.

이정훈씨는 “보안전문가의 꿈을 키우기 위해서는 삼성보다 구글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그의 구글행은 화이트 해커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의 풍토가 원인이 되었다는 말도 나온다.

화이트 해커들은 해커라고 하면 범죄자 취급을 당해 숨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

‘세계 3대 해커’로 꼽히는 홍민표 에스이웍스 대표 역시 한국 기업 토양에서는 화이트 해커가 자생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외국은 뛰어난 해킹 실력만 있으면 기업이나 연구소에 우수인력으로 영입되는 사례가 많다”며 “하지만 국내에선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졸업장이나 자격증 등 이른바 ‘증’이 없으면 취업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화이트 해커에 대한 처우도 지나치게 낮다고 지적했으며, 시스템 보안은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이라 해커들은 낮보다는 밤에 집중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조차도 수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홍민표 대표는 “대기업에 있을 때 밤새워 일하고 아침에 지각해 혼나는 경우가 많았다”며 “대기업에서는 보안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있었지만 해커를 전문가로 대접해 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온라인 이슈팀 <제보 및 보도자료 editor@postshare.co.kr / 저작권자(c) 포스트쉐어>, 사진 = Youtube, HP Security Research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