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연구에 큰 역할한 의외의 ’19금’ 물건

2017년 7월 28일   정 용재 에디터


[속삭닷컴]늪지에 사는 거북이의 암수 성별을 가리는 작업에 7인치 길이의 10달러짜리 섹스토이가 활용되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화제의 이 섹스토이는 바로 바이브레이터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남서쪽 늪지에 사는 서부 닭 거북(western chicken turtle)의 생식기에 사용됐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서부 닭 거북의 생식기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서부 닭 거북의 생식기는 평소 움츠리고 있는 목처럼 깊숙이 숨어 있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이 거북이가 수컷인지 암컷인지 알려면 애를 먹는다.

미국 미주리주립대 도널드 맥나이트 박사(파충류학)는 2014년 여름에 서부 닭 거북의 암수 구별을 위해 섹스토이를 활용하는 기발한 방법을 착안했다.

거북이의 생식기 관련 부위는 총배설강(cloaca)이라는 구멍 안에 숨어 있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거북이의 껍질 모양, 꼬리 크기, 발톱 길이, 눈 색깔 등으로 암컷인지 수컷인지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지표들이 항상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킨다. 어떤 거북이는 수컷임을 가리키는 특징을 보였다가, 암컷임을 가리키는 특징을 보였다가 헷갈리게 한다.
이처럼 외부 단서로 잘 알 수 없을 경우, 과학자들은 거북이의 혈액 채취나 총배설강 내시경 검사를 통해 거북이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측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파충류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현장에서 수행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섹스토이인 바이브레이터를 활용하게 된 것이다.

종전 연구에 의하면 늑대거북(common snapping turtles)은 부드럽게 상하로 움직이면 음경을 드러내 보인다. 또 ‘코티가강 두꺼비머리 거북’(Cotinga River toadhead turtles)은 목과 팔다리를 움직일 수 없을 때 음경을 스스로 내보인다.

과학자들은 또 ‘양츠강 자라’(Yangtze soft-shell turtles)에 대한 ‘전기 사정’(lectrosejaculation)이라는 기술을 사용했다. 자라가 발기 및 사정을 하게 전극을 사용한다. 그리고 인공수정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거북이를 더 많이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맥나이트 박사는 배터리로 약간 자극을 주면 거북이 수컷 대부분이 음경을 내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 방법도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

‘무른갑가시 자라’(spiny soft-shell turtles) 같은 일부 종은 꼬리 위나 주위에 가해진 진동에 신속하고 억센 반응을 보인다. 이에 비해, 사향거북(common musk turtles)과 ‘미시시피 진흙거북’(Mississippi mud turtles) 등은 먼저 전희를 약간 해줘야 반응을 보인다.

이들 종은 복부(배)와 흉부복갑(가슴 갑옷) 위에서 천천히 작은 원을 그리며 바이브레이터를 움직일 때 가장 잘 반응해 음경을 내보이는 것으로 연구 결과 밝혀졌다.

이 내용은 ‘좋은 바이브레이션 : 거북이의 성별을 가리는 신기한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파충류 공보’(Acta Herpetologica) 저널에 발표됐다.

맥나이트 박사는 “바이브레이터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구입했는데, 요즘 회의할 때 이를 의인화해 ‘바이브레이터 녀석’(vibrator guy)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을 정도”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미국 하버드대 유머과학잡지 AIR(Annals of Improbable Research, 있을 법하지 않은 연구 연보) 편집장 마크 에이브러햄즈는 “이 연구는 이그노벨상 후보감”이라고 말했다.

이그노벨상은 ‘모든 포유류가 21초 만에 방광을 비운다’는 사실을 발견한 사람 등 재미있고 황당한 연구 업적을 낸 사람들에게 주는 상이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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