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해수욕장 하수 ‘마약’ 농도 ‘2.4배’ 높다” (연구)

2017년 8월 4일   정 용재 에디터


부산대 연구팀, 유명해수욕장 주변 하수처리장 3곳 마약성분 조사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여름철 피서객이 몰리는 유명 해수욕장 인근 생활하수 처리장에서 필로폰 등의 마약 성분이 다량 검출됐다. 이런 마약 성분은 휴가 성수기로 갈수록 검출량이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부산대 화공생명·환경공학부 오정은 교수팀은 2013년 7∼9월 사이 부산의 하수처리장 3곳에서 채집한 시료를 이용해 마약 잔류물질 22종에 대한 검사를 시행한 결과, 총 7종의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환경 관련 저명 국제학술지 ‘환경 오염'(Environmental Pollution) 최근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휴가 성수기 전후로 마약류 소비량 변화를 보기 위해 7월 초(8∼10일), 8월 초(1∼3일), 9월 중순(12∼14일) 3차례에 걸쳐 시료를 채집했다. 시료를 채집한 하수처리장 3곳 가운데 한 곳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유명 해수욕장 관할지였다.

마약류 분석에 하수처리장의 시료를 이용한 것은 마약 성분의 약물을 하수에 그냥 버렸거나 사용자의 소변을 통해 대사물질이 배출돼 지역사회의 하수 속에 흘러들어 잔류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 전체 마약 소비량을 역추산하는 것을 ‘하수역학'(sewage epidemiology)이라고 한다.

이번 조사에서 검출된 마약 성분 7종 중에는 필로폰으로 알려진 ‘메스암페타민'(MTP)이 단연 눈에 띄었다. 이외에는 주로 마약성 진통제로 쓰이는 코데인, 메페리딘(MEP), cis-트라마돌(Cis-TRM) 등이었다.

연구팀은 3곳의 시료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지역 내 인구 1천명당 하루 필로폰 사용량이 최소 13.8㎎에서 최대 31.89㎎인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유명 해수욕장을 관할하는 하수처리장에서는 여름 성수기 필로폰 검출량이 비성수기보다 2.4배나 높아지는 특징이 관찰됐다.

이 지역의 인구 1천명당 하루 사용량은 겨울철 비성수기(2012년 12월)만 해도 13.10㎎ 수준으로 추정됐지만, 7월에 21.20㎎으로 늘기 시작해 8월에는 31.89㎎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휴가철이 지나고 9월이 되자 다시 17.88㎎으로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필로폰은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마약류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국내 인구 1천명당 하루 평균 소비율이 22㎎에 달하고, 연간 총 소비량은 약 410㎏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연구팀의 추정치대로라면 국내 연간 압수량 21㎏(2012년 대검찰청 마약백서 기준)의 19.5배나 되는 필로폰이 국내에서 소비되고 있는 셈이다.

오정은 교수는 “마약류 사용은 유럽, 미주와 같은 선진국뿐만 아니라 최근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는 여러 개발도상국에서도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공중보건과 경제, 사회 체제 유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마약류가 생활 속에 파고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하수역학 개념을 적극 활용해 정확한 마약 소비량을 추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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