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 中 인권운동가 100여명 연행·실종…비판여론 확산”

2015년 7월 13일   정 용재 에디터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중국 당국이 사회질서 교란 혐의로 인권변호사들에 대한 단속에 나선 지난 9일 이후 당국에 연행되거나 실종된 인권운동가가 1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무리한 수사가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중국 안팎에서 확산하고 있다.

13일 홍콩 인권단체인 중국 유권율사관주조(維權律師關注組)에 따르면 지난 9일 이후 나흘간 중국에서 인권운동가 107명이 당국의 조사를 받거나 실종됐다.

이 가운데 왕위(王宇)와 저우스펑(周世鋒), 왕취안장(王全璋), 황리췬(黃力群), 수이무칭(隋牧靑) 등 인권변호사 5명과 왕위의 남편인 바오룽쥔(包龍軍)과 류쓰신(劉四新) 펑루이(鋒銳)변호사사무소 행정조리 등이 형사 구류되거나 가택 연금됐다고 이 단체가 전했다.

전날까지 82명이 풀려놨지만, 이들 중 최소 3명이 재차 연행됐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한 변호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 9일 왕위의 연행을 시작으로 인권변호사 등에 대한 전국적인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에 따르면 중국 공안부는 펑루이변호사사무소를 중심으로 한 범죄단체가 2012년 7월 이래 ‘칭안(慶安)사건’ 등 40여 건의 민감한 사건을 조작해 사회질서를 문란케 했다고 밝혔다.

공안은 헤이룽장(黑龍江)성 칭안기차역에서 한 남성이 노모와 자식들이 보는 앞에서 공안의 총에 맞아 사망한 칭안사건의 조작에 펑루이변호사사무소 소속 왕위와 저우스펑, 류쓰신, ‘백정’이란 필명의 온라인 활동가 우간(吳감<水변에 金>·43), 디안민(翟巖民) 등이 가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펑루이변호사사무소의 저우리신(周立新) 변호사는 12일 인터넷에 올린 성명에서 뉴스 보도로 판결을 낼 수 없으며 법원의 판결을 거쳐 결정돼야 한다”며 관영매체의 보도를 반박했다고 명보(明報)가 전했다.

광둥(廣東)성의 왕성성(王勝生·여) 변호사는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저우스펑 등 펑루이변호사사무소의 변호사들은 현재 중국의 법치 과정에서 가장 귀중한 재산”이라며 “이들을 소중히 여기고 이들을 위한 일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왕성성은 명보에 “변호사사무소 대표가 목소리를 내지 말도록 지시했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지금 소리를 내지 않으면 다음 체포되는 이는 자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핑(江平·84) 전 중국정법대학 총장은 12일 베이징의 한 변호사사무소 개업 20주년 축하연에서 “공권력이 걸핏하면 변호사를 잡아들여서는 안 된다. 변호사 자신의 안전이 보장돼야 그가 타인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다”며 변호사의 안전과 권익 보장을 위한 사회 전체의 노력을 호소했다고 신문이 전했다.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연구 중인 텅뱌오(등<풀 초변 없는 藤>彪) 전 정법대 교수는 SCMP에 “칭안 사건은 오랫동안 당국의 눈엣가시였던 인권변호사와 활동가들에 대한 조치를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며 “변호사들에 대한 단속이 당국의 법에 의한 국가 통치 주장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소피 리차드슨 중국담당 국장은 “이번 조치는 사회질서 교란에 대한 공안부의 해석이 끝없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들 변호사가 주요 범죄 조직원이라는 혐의는 심각한 것으로, 법을 상당히 곡해하겠다는 당국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한편, 홍콩 시민단체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지련회)의 앨버트 호(何俊仁) 주석과 입법회(국회격) 의원인 렁쿽훙(梁國雄) 사회민주연선 주석 등 20여 명은 12일 오후 홍콩섬 서구경찰서에서 홍콩주재 중국연락판공실까지 거리 행진을 벌이며 인권운동가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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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권변호사 석방 요구하는 홍콩 시민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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