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죽기 직전 당신에게 1800만원이 있다면

2017년 8월 23일   정 용재 에디터

“내가 죽거든 남겨둔 전 재산으로 부모없는 어린이들을 도와주세요”

최근 별세한 김용만(91) 할아버지는 자신의 전재산을 대구 중구에 살고 있는 고아들을 위해 기부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이기 때문에 생활비를 국가에서 받는다. 내가 가진 전세금 1800만원으로 이웃을 돕는 게 마지막 할일인 것 같다”

1927년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난 할아버지는 9살 때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부산에서 구걸과 막노동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던 중 국군으로 6.25전쟁에 참전했습니다.

전쟁이 끝나자 또다시 막노동을 하던 중 대구 중구에 정착했고 그때부터 고물을 주워 팔며 생계를 꾸려나갔는데요.

2000년부터는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한달 50만원이 채 되지 않는 생계비로 생활을 해왔습니다.

할아버지는 “가족이 없어 죽게 되면 전세금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얼마되지 않은 돈이지만 사회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뜻을 대구 중구청 직원들에게 전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되면서 너무 어렵고 힘들게 살아왔다. 꼭 부모 없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을 도와달라”라고 당부했습니다.

할아버지처럼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돕는 기초생활수급자 어르신들의 선행은 그간 쉬지 않고 이어져 왔습니다.

10만원짜리 월세방에서 91세 시어머니와 단둘이 살면서 폐지를 주워 모은 돈 15만원을 기부한 지미진자 할머니.

3년간 폐지를 주워 팔아 푼푼이 모아놓은 200만원을 기부한 69세 어르신.

이분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원망하기보다 자신보다 더 힘든 이들의 부족함을 볼 줄 아셨던 건 아닐까요.

지금 이 순간 역시 우리도 모르게 곳곳에서 누군가를 돕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계실 그분들을 보고 있자니 기부에 중요한 것은 결코 돈의 액수, 형편이 아닌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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