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가기 전, 손톱에 있는 ‘젤 네일’ 반드시 지워야 하는 이유

2017년 8월 24일   정 용재 에디터

전라남도 순천에 거주하는 50대 여성 김모씨는 지난해 7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기 위해 수술 동의서를 쓰다 별안간 근처 네일숍으로 달려가야 했다.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손톱·발톱에 칠한 매니큐어를 모두 지워야 하는데, 혼자 벗겨낼 수 없는 ‘젤 네일’이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근처 네일숍에 가서 사정을 말하니 두 명이 달라붙어 손톱·발톱을 지워줬다”며 “통증 때문에 의자에 앉지도 못하고 서서 네일 제거를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최근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젤 네일’ 때문에 수술실에서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곤란한 상황을 겪는 일이 늘고 있다.

일선 병원에서는 수술 과정에서 환자의 체내 산소포화도 측정을 위해 손·발톱의 매니큐어를 모두 지우도록 하고 있다.

젤 네일은 일반 매니큐어보다 지속력도 강하고 관리하기 편리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 매니큐어를 칠한 손톱이 일주일 정도 유지된다면 젤 네일의 경우 3주 이상 처음 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속성이 뛰어난 만큼 지우는 법이 까다롭다. 젤 네일은 일반 아세톤으로는 지워지지 않아 네일숍을 방문하거나 전용 리무버로 제거해야 한다.

병원에서 예약 후 수술을 진행할 때에는 간호사들이 수술 전 주의사항과 준비할 점 등을 철저히 공지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미리 젤 네일을 제거하고 온다.

그러나 응급 수술 상황에서는 환자가 네일숍을 다녀올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결국 응급실이나 수술실 의료진들이 달라붙어 환자 손톱·발톱의 젤 네일을 제거할 수밖에 없다.

원칙적으로는 모든 손톱·발톱의 부착물을 제거해야 하지만 위급할 경우 3~4개 손가락만 제거하고 수술을 진행하기도 한다.

정용훈 중앙대학교병원 마취통증의학과장에 따르면 각급 병원에서는 수술시 환자의 호흡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손톱에 산소포화도 측정 장치 ‘옥시미터’를 설치한다.

옥시미터는 손톱에 빛을 투과시켜 손톱 아래 작은 혈관의 산소포화도를 측정한다. 그러나 손톱이 빛 투과를 방해하는 물질로 덮여 있거나 특정 색으로 착색돼 있으면 파장의 빛이 손톱을 통과하지 못해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

정 과장은 “환자 상태를 산소포화도로만 판단하는 건 아니지만 제때 낮아지는 상황을 확인하지 못한다면 환자가 숨을 쉬는 데 어려움을 느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A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김모(29·여)씨는 “지난 9월 20대 후반 여성이 충수절제술(맹장수술)을 해야 하는데 열 손가락·열 발가락에 모두 젤 네일을 하고 있던 경우가 있었다”며 “간호사들이 달라붙어 손톱‧발톱 젤 네일을 아세톤에 불리고 다 밀어낸 뒤에야 수술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일주일에 한 번 꼴로는 젤 네일을 한 환자가 들어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다른 종합병원 응급실 간호사 구모(26)씨는 “응급실 수술은 임산부의 제왕절개술이나 맹장염 환자 수술인 경우가 많은데 환자가 젤 네일을 하고 있으면 가족들에게 전용 리무버를 구해오라고 하거나 손톱을 긁어내 제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술 전 미리 제거하지 못한 경우에는 아세톤에 손톱을 불려 젤 네일을 떼어내는 방법이 최선이다.

김광숙 호서대학교 메이크업‧네일아트학부장은 “병원에서 급할 경우 농도가 높은 아세톤으로 손톱을 불려 반창고 등으로 감싸고 1분 정도 불려 네일을 벗겨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깔끔하게 제거하고 손톱의 건강을 지키려면 사전에 전문가에게 맡겨 제거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padeok@

[2017.08.24. / 뉴스1 ⓒ News1 류보람 기자, 손근혜 인턴기자] 사진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