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여자->남자가 된 ‘트랜스젠더’ 학생은 어디서 자야 하나요?

2017년 9월 11일   정 용재 에디터

서강대, 트랜스젠더 남학생에 “여학생 숙소서 자라”

교양필수 합숙수업 문의 성소수자 학생에 ‘호적대로 숙박’ 막말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양지웅 기자 = 서강대 교양필수 과목 담당 교수가 성 소수자 학생에게 성차별적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서강대 성소수자협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2일 성전환자(트랜스젠더)인 신입생 A씨는 학교 인성교육센터가 운영하는 교과목 합숙 수업과 관련해 센터에 문의 전화를 걸었다.

이 수업은 신입생 교양필수 과목으로 ‘개인의 삶을 성찰하고 이웃과 더불어 공동체를 지향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취지로 2박 3일 합숙이 교과 과정에 포함됐다.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을 전환한 A씨에겐 합숙이 큰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A씨는 센터 쪽에 “제가 트랜스 남성이고 호적상은 여성인데 (합숙 대신) 통학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대체할 방법이 있느냐”고 문의했다.

전화를 받은 센터의 한 교수는 “호적에 따라 여자 방에서 자면 되는 거 아니냐. 본인이 가기 싫어서 안 간다는 거죠?”라고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A씨는 당시 느꼈던 심한 모욕감과 수치심을 서강대 성소수자협의회에 털어놨다.

그는 “합숙이 걱정돼 상담을 위해 긴장한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며 “친절하게 존댓말을 하던 교수는 내가 트랜스젠더임을 밝히자마자 웃음기 섞인 반말로 응대해 울컥 화가 솟았고 대화를 계속할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또 “호르몬 투여 때문에 내 외모는 신체적 성별과 성 정체성이 일치한다고 느끼는 ‘시스젠더 남성’과 다르지 않다”며 “교내 행정 절차를 거칠 때마다 수많은 교직원에게 커밍아웃해야 하는데 또 어떤 일을 겪을지 막막하고 두려웠다. 학교를 계속 다닐 용기가 나지 않았다”며 울분을 토했다.

A씨의 고민을 접수한 성소수자협의회는 센터 측에 “해당 발언은 분명히 차별에 해달하고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항의하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인성교육센터는 지난달 31일 뒤늦게 사과문을 내놨다.

센터는 사과문에서 “교직원이 해당 학생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하고 부적절하게 발언했다”며 “현실적 제약을 인식하지 못한 채 호적에 따라 여성용 침실에 숙박하라고 해 큰 상처를 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이 성 정체성을 밝힌 후 교직원이 반말을 쓰며 차별적으로 대한 점도 부적절했음을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센터는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 공감대를 갖고 응대할 것을 약속드리며 프로그램 운영에 있어 수강에 제약되는 부분을 사전에 상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성소수자협의회와 협조해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서강대 성소수자협의회는 숙박, 분반 등에서 성별을 이분법 잣대를 적용해 남녀로 구분하는 모든 학사정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학교 쪽에 제공할 계획이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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