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 제자들 아흔 넘은 스승 모시고 ‘추억의 졸업식’

2015년 7월 16일   정 용재 에디터

“스승의 은혜 하늘같아…백발 제자가 참스승 모시는 의미 깨닫길…”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스승님 은혜 백발이 되어도 잊을 수 없습니다.”

여든 넘은 제자들이 아흔 넘은 스승님을 초대해 66년 전 추억의 졸업식을 재연할 예정이어서 화제다.

“하늘 같은 스승의 은혜를 잊을 수 없다”며 할아버지, 할머니 제자들이 생애 마지막으로 특별히 마련한 이 행사는 교사의 권위가 추락한 현 세태에 큰 울림이 되고 있다.

울산시 북구 농소초등학교의 21회 졸업생 20여 명은 오는 18일 모교 도서관에서 ‘할매야, 할배야, 졸업식 하러 가자 – 추억의 졸업식’ 행사를 연다.

이들은 1949년 이 학교 졸업생들로 올해로 졸업한 지 66년이 된다.

가장 나이가 적은 졸업생은 80세, 가장 나이가 많은 졸업생은 84세다.

이들은 이 졸업식에 당시 스승이던 이병직(91) 전 울산교육장을 초청했다.

2015071600000000000133741

초청장에는 “여든 넘은 제자들이 아흔 넘은 은사님 모시고 졸업 66주년 기념행사를 치르는 일, 하늘 아래 이보다 더 큰 일이 어디 또 있겠는가”라며 ” 할매야 할배야 우리 졸업식 하러 가자. 졸업장 받아들고 다시 한번 ‘얼라'(아기의 경상도 사투리)처럼 울어보자”라고 썼다.

졸업생들은 70년대 초반부터 매년 분기별로 연간 4차례씩 동기회를 해왔다.

당시 2개 반 113명이었던 졸업생들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줄어 현재 30여 명 정도 남았다.

추억의 졸업식은 지난봄 동기회 때 누군가 은사인 이 전 교육장을 초청하자고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졸업식의 하이라이트는 이 전 교육장이 학생 개개인에게 졸업장을 다시 나눠 주는 행사다.

이를 위해 졸업장도 새로 만들었다.

졸업장 케이스 한쪽에는 옛날 졸업장, 다른 한쪽에는 졸업식 노래를 담아 이 전 교육장이 제자들에게 일일이 나눠주며 격려와 응원을 한다.

식순은 국민의례, 회장 인사, 모교 교장 축사, 이병직 은사님 회고사, 졸업장 수여식, 선물 및 기념품 증정, 장학금 전달(20만원, 도서구입비), 기념식수로 진행된다.

제자들은 스승에게 유용하 서예가가 쓴 ‘선생지풍 산고수장'(先生之風 山高水長, 선생의 덕풍(德風)은 산이 높고 물이 긴 것과 같다) 족자를 선물로 증정한다.

박만동 동기회장은 16일 “선생님의 위엄은 높은 산과 긴 강 만큼 크고 덕망은 오래간다는 뜻”이라며 “우리 교단에서 선생님의 권위가 하루속히 회복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어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학교에서는 학생-학부모-스승의 순서로 스승이 가장 아래”라며 “백발의 제자들이 66년간 참스승을 잊지 않고 모시며 기념행사를 여는 의미를 지금의 젊고 어린 세대가 깨닫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졸업생들은 이날 학교에 ‘가르칠 교(敎)자’를 적은 ‘사랑의 매’도 전달할 예정이다.

한 졸업생은 “‘敎자’는 ‘배움’과 ‘회초리’를 합한 글자로 ‘회초리로 쳐서 가르쳐 배우게 함’이란 뜻”이라며 “이 사랑의 매가 교권을 회복하는 상징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leeyo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