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청혼했어요. 사귄지 7년째 되는 날에, 처음 고백받은 저희집 앞에서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찌질남이랑 7년간의 연애 끝냈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언뜻 보기에는 빡치는 사연이 아닐까 싶지만 끝까지 읽어보면 정반대 성격의 글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지난 2015년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글로, 졸업생 A씨의 사연이었다.
“1학년 때 한 남자를 만났어요. 외모에 관심없고 엄마가 사오면 다 고분고분 입는 것 같은 그런 남자요. 처음엔 찌질하다고 생각했는데 하도 저만 좋다고 따라다니길래 받아줬어요”
두 시간이라는 꽤 먼 거리였지만 다음날 시험이 있어도, 아파도, 차가 끊길 것 같아도 항상 A씨를 바래다준 남자친구.
한편으로는 걱정되는 마음에 A씨는 남자친구에게 “멍청해보인다. 너 자신 생각도 해라. 그냥 집에 가라”라고 소리를 질러보기도 했지만 항상 남자친구는 A씨 뒤를 따라왔고 A씨 방에 불이 켜지면 그때서야 집에 돌아갔다.
처음 싸운 날, A씨가 눈물을 보이자 그 모습에 놀라 눈물을 뚝뚝 흘리던 남자친구. 이후로도 남자친구는 A씨가 아프기만 해도 울었다.
A씨는 “난 괜찮은데 왜 우냐니까 지는 안 아픈데 제가 아프니 대신 아파줄 수 없고 안쓰럽다면서 울더라고요. 제가 슬퍼하면 자기도 슬프다고 울고 제가 행복해하면 자긴 그게 가장 좋다면서 행복해했어요”라고 말했다.
달랑 외투 두 벌 가지고 겨울을 나면서도 A씨가 지나가듯 예쁘다고 한 물건들은 모두 기억해 돈을 아끼고 모아 기념일에 선물해줬으며 한번은 A씨가 알바비를 떼먹히자 직접 찾아가 기어코 다 받아오기까지.
그렇게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A씨는 “너무 바보같고 답답해서 계속 고민하다가 이 관계를 끝내기로 마음 먹었어요”라고 중대결정(?)을 발표했다.
“대학원생이라 모아둔 돈이 없어서, 집에서 보태줄 돈도 없어서 머뭇거릴 성격인 거, 더 좋은 남자 만나겠다고 하면 보내줄 사람인 것도 잘 알아서… 그래서 제가 청혼했어요”
사귄지 7년째 되는 날에 처음 고백 받은 자신의 집 앞에서 A씨는 정식으로 남자친구에게 프로포즈했다. 결혼하자고, 안 하면 평생 키스를 해주지 않겠다는 귀여운 협박과 함께.
“돈을 내가 벌고 있으니 몸만 와라”
멍하니 듣던 남자친구는 A씨를 껴안으며 눈물을 흘렸고 A씨 역시 함께 눈물을 쏟았다. 그리고 오는 3월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A씨 커플.
A씨는 “가진 것 없이 월세부터 시작하지만 이 사람이 저의 전재산이나 다름없기에 앞으로의 생활을 상상하면 웃음만 나오네요. 학교를 떠난지 오래된 곧 30대를 바라보는 늙은 선배지만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게 해준 학교가 너무 고마워서 이렇게 글 보내봅니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후배님들. 살다가 이 사람의 행복이 내 행복이고 이 사람의 슬픔이 내 슬픔이라고 느껴지게 되는 사람이 있따면 꼭 놓치지 말고 함께하세요. 그 어떤 사랑보다 고차원적인, 평생ㅇ르 거쳐도 만나기 힘들 사랑이라고 제가 자부할게요”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사람 잘 만났네. 저런 것도 천운임”, “이야기가 너무 예쁘다”, “뭐야. 해피엔딩이잖아!”, “보는 내가 기분이 다 좋네” 등의 훈훈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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