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 해설위원 “내가 거스 히딩크 감독이라면 한국 맡지 않을것”

2017년 10월 11일   정 용재 에디터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고미혜 김경윤 기자 = 모로코 1.5진을 상대로 1-3 완패한 축구 대표팀의 10일(현지시간) 평가전에 대해 축구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준 실망스러운 경기”라고 평가했다.

공격은 날카롭지 못하고 수비는 불안하기 짝이 없었으며, 소속팀에서 제대로 출전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선수들의 체력이나 심리 상태도 수준 이하였다고 전문가들은 혹평했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방점이 찍힌 평가전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졸전을 보여준 대표팀이 러시아월드컵 본선까지 남은 8개월 동안 하루빨리 안정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는 제언들이 나왔다.

▲ 황선홍 FC서울 감독 겸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완전한 상태가 아니라는 점도 감안해야하지 않나 싶다.

선수 개개인 파악이라는 목적이 있는 평가전이기 때문에 포지션 밸런스가 맞지 않은 상태에서 치른 것이다.

그렇지만 더욱 분발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모로코 2진을 상대로 얻은 결과인데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는 다 저 정도 이상의 상대를 만날 것이다.

우리가 월드컵에서 도전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능력보다는 조직의 힘으로 싸울 수 있도록 조직력을 키워야 한다. 수비 안정화도 필요하다.

경기를 못 하면 비난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뒤를 돌아볼 시간은 많지 않다. 앞으로 어떻게 나갈지 로드맵을 어서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베스트 11 윤곽을 잡아서 안정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 신문선 명지대 교수 = 체력, 기술, 전술, 심리 등 경기력을 구성하는 4가지 요인에서 모두 모로코에 일방적으로 몰린 참패였다. 모든 면에서 최악의 경기였고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한다.

큰 틀에서 현대축구는 공수전환의 속도 싸움인데 러시아, 모로코전에서 모두 밀렸다.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제대로 뛰지 못한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많이 드러났다. 주기적으로 경기에 출전해 컨디션 사이클을 올려놓지 못한 상황이다 보니 극도의 피로감이 오고 회복도 잘 안 된다. 경기 운영에 대한 선택이나 선수 컨트롤에서 벤치의 능력도 불안했다.

건축으로 치면 슈틸리케 감독이 건물을 짓다가 준공을 못 한 상태에서 신태용 감독으로 시공자가 바뀌었는데 건축 철학이 서로 달라서 엉망이 됐고, 건축주인 축구협회는 이를 방치한 총체적 난국 상황이다.

이것이 월드컵 본선 전까지 단기간에 회복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신태용 감독이 마술사도 아니고 신도 아니다.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들을 확보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해외파의 컨디션 사이클이 올라오지 못하면 국내파 의존도를 높이는 등의 극단적 고민이 필요하다.

▲ 김대길 KBSN 축구해설위원 = 러시아전에선 그나마 장단점이 보였다. 어떤 점이 잘못됐고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이야기할 수 있었는데, 모로코전에선 이마저도 안됐다. 공격은 더욱 무뎌졌고 수비 불안감은 더 했다.

선수들을 많이 바꾸다 보니 흐트러지는 모습이 나온 것 같다.

대표팀에 선발될만한 선수라면 3-4-3 전술을 어떻게 펼쳐야 하는지 인지하는 능력이 있을 텐데 경기력이 너무 안 좋았다. 전체적으로 몸이 무거웠다.

플레이를 펼치는 스피드가 매우 떨어졌고 상대 팀 전방 압박을 풀어내는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다.

현재 신태용호의 시급한 과제는 수비 안정이다. 본선에서는 우리가 경기를 지배하거나 압도할 수 있는 상황이 적기 때문에 많은 활동량과 압박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수비를 안정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 안정환 MBC 해설위원 = 지금은 실험하는 단계다. 월드컵 본선이라고 하는 진짜를 위해 실험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패는 당연하다.

오히려 부족한 부분을 빨리 찾은 것이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 이런 실험을 하지 않았으면 찾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유럽 원정 두 경기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아예 문제점이 한꺼번에 나왔기 때문에 다행이다. 조금씩 나왔더라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이번 원정은 월드컵 본선에 나가고도 경기력 부족으로 비난을 많이 받은 터라 좋은 경기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된 부분도 있다.

이제 문제점을 알았으니, 앞으로 실수를 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똑같은 실수를 하게 되면 문제가 커진다.

앞으로 선수들이 같이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시간을 줘야 할 것 같다. 결과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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