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비 2천400원 미납해 해고된 50대 가장의 기구한 인생

2017년 11월 16일   School Stroy 에디터

지난 6월 해고무효 소송서 최종 패소

“남의 돈 무섭게 생각, 해고 후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활”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한 번의 실수가 완전히 인생을 뒤흔들었네요. 지금은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어요.”

착복(着服)의 사전적 정의는 ‘남의 금품을 부당하게 자기 것으로 한다’고 돼 있다.

50대 가장은 아메리카노 한 잔 값도 안 되는 2천400원을 ‘착복’했다는 이유로 17년간 몸담았던 회사를 타의로 떠났다.

전북 호남고속에서 해고된 버스 기사 이희진(53)씨의 기구한 사연이다.

그는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은 지난 6월 이씨의 상고를 ‘심리 불속행’ 기각했다. 사측의 해고 징계가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씨는 착복이란 단어를 남의 말인 줄만 알고 살아왔다.

1998년부터 호남고속에서 기사로 일한 이씨는 2014년 초 우석대에서 서울남부터미널로 가는 시외버스를 운행하며 승객 4명에게서 받은 4만6천400원 중 2천400원을 회사에 납부하지 않아 해고됐다.

이는 성인 승객 4명에게서 받은 1인당 1만1천600원의 요금을 1인당 1만1천원인 학생 요금으로 계산한 것이다.

회사는 ‘운전석 폐쇄회로(CC)TV 판독 결과 운전원의 수익금 착복이 적발됐을 시는 금액의 다소(多少)를 불문하고 해임을 원칙으로 한다’는 노사합의를 들어 이씨를 해고했다.

이씨가 현금 수입 2천400원을 입금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이씨는 이미 이 내용을 인정했다.

그는 “단순 실수로 돈을 부족하게 입금했고 설령 2천400원을 횡령했더라도 해고는 과도하다”며 불복 소송을 냈다.

1심은 “이씨가 17년간 한 번도 돈을 잘못 입금한 적이 없고, 납입액이 2천400원 부족하다고 해고한 것은 과도한 징계”라며 해고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은 “이씨가 2천400원을 입금하지 않은 것은 고의에 의한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것”이라며 “해고와 관련한 징계 사유가 인정된다”고 1심을 뒤집었다.

2심은 이씨가 승객에게 받은 요금 중 일부를 현금수납용 봉투가 아닌 운전석 왼편에 따로 보관한 점, 당시 탑승한 승객이 40∼50대 여성 등으로 일반 요금을 학생 요금으로 착각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던 점 등에 비춰 이씨의 행동이 ‘운송수입금 착복’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회사와의 기본적인 신뢰를 저버리는 중대한 위반 행위로 봤다.

또 횡령액이 승객 1인당 600원에 불과하지만, 버스 요금 횡령액은 기본적으로 소액일 수밖에 없으며, 회사 단체협약과 취업규칙, 종업원 징계규정이 운송수입금 횡령에 대한 징계로 ‘해고’만을 규정한 만큼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봤다.

원칙은 원칙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씨는 “당시 신장 투석 때문에 점심시간에 투석하다가 마음이 바쁘다 보니 실수로 2천400원을 적는 걸 깜빡했다”며 “남의 돈을 무섭게 생각하는 사람인데 단순 실수가 해고로 이어졌다”고 고개를 떨궜다.

당시 이씨는 복막 투석 중이다. 하루에 네 차례 복막 투석을 하는데 그날은 몸 상태도 좋지 않았다.

촉박한 운행 시간에 맞춰 짬을 내 투석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이씨는 기억했다.

그는 “비슷한 시기 똑같이 3번을 횡령한 다른 버스 기사는 정직 후 무슨 연유에선지 복귀했다”며 “이는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일단 나는 횡령 자체를 하지 않았다. 명예를 찾고 싶다”고 억울해했다.

당시 민주노총 강성 조합원이었던 이씨는 미운털이 박힌 터에 사측이 자신을 ‘타깃’ 삼아 실수를 꼬투리 잡은 것으로 생각했다.

‘실수’는 궁핍한 현실이 되어 돌아왔다.

이씨는 해고 직후 법정 투쟁을 벌이면서 건설 노동 등 각종 아르바이트에 나섰다. 이렇게 한 달 꼬박 일해 버는 돈은 많아 봐야 200만원 남짓.

어머니와 아내, 세 자녀 등 여섯 식구의 생활비로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이씨는 “지금껏 떳떳하게 돈을 벌어왔고 재판 과정에서도 억울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내 생각과 달랐다”며 “재판부 판단은 존중하지만 몇백억 해먹은 사람들은 무죄 받는데 나는 뭔가 싶다”면서 다른 아르바이트에 간다면서 서둘러 전화기를 끊었다.

그렇게 삶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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