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 타이거 우즈에 “더는 추한 모습 보이지 말라”

2015년 7월 22일   정 용재 에디터
브리티시오픈 경기력 실망에 일제히 은퇴 촉구하고 나서 눈길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타이거 우즈, 이렇게 하려면 차라리 은퇴해라”


 

미국 스포츠 칼럼니스트 릭 스니이더는 잭 존슨(미국)이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21일 CBS 인터넷판에 이런 돌직구를 날렸다.

요즘 타이거 우즈(미국)의 팬들이 느끼는 심정은 1973년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에서 뉴욕 메츠 중견수 윌리 메이스가 평범한 외야 플라이를 놓치는 광경을 목격한 후 느끼는 비통함과 다르지 않다고 그는 지적했다.

플로리다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스포츠 전문기자 글렌 밀러도 지역 신문 네이플스헤럴드에 “윌리 메이스의 비극은 한번으로 충분하다”며 우즈의 은퇴를 촉구했다.

한때 최고의 야구 선수로 꼽힌 메이스는 은퇴 시기를 놓쳤다. 메츠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1973년 메이스는 42세였다. 경기력이 형편없었지만, 은퇴를 미루고 경기 출장을 고집하다 결국 큰 망신을 당했고 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스나이더와 밀러는 우즈에게 더는 추한 모습을 보이지 말고 깨끗이 필드를 떠나라고 조언한 것이다.

스나이너와 밀러는 많은 사람이 우즈의 은퇴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골프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로 평가받던 우즈의 몰락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사실이 됐다.

2015년 우즈는 8개 대회에서 1차례 기권과 3차례 컷 탈락, 그리고 25위 이내 입상은 마스터스 때 공동17위 한번 뿐이다. 받은 상금은 22만5천198달러로 상금랭킹 180위에 머물렀다.

이런 부진에 대한 핑계는 주로 부상과 재활에 따른 연습량 부족, 그리고 스윙 개조 등이었다.

2013년과 2014년 시즌을 부상과 재활을 핑계로 사실상 포기했던 우즈는 올해 첫 투어 첫 대회인 피닉스오픈에서 2라운드 82타라는 처참한 성적을 내고 컷 탈락하고 두 번째 대회 파머스인슈런스에서는 기권했다. 그때도 부상과 재활에 따른 연습량 부족과 새로운 부상 등을 이유로 들었다.

마스터스에서 ‘반짝’한 우즈는 메모리얼토너먼트에서 80대 타수를 두 번이나 적어내는 망신에, US오픈에서도 첫날 80타를 치더니 컷 통과에 실패하자 스윙 개조가 덜 끝났다고 둘러댔다.

그린브라이어클래식에서 60대 타수를 세번 기록하자 “스윙이 완성됐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순위는 고작 32위에 그쳤다.

브리티시오픈 개막 전에는 “우승하러 왔다”고 호언장담을 늘어놨지만 꼴찌나 다름없는 151위로 컷 통과조차 못했다.

특히 이번 브리티시오픈에서 보인 기량은 우즈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걷어낸 계기가 됐다.

전문가들이 내린 결론은 우즈는 이제 투어 대회에서 우승을 다툴 만큼 뛰어난 선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동안 우즈는 고질적인 드라이버샷 불안에 발목이 잡힌 적이 많았다. 전성기 때에도 티샷이 불안했다. 드라이버샷이 곧게 펴지는 대회에서 우즈를 당할 선수가 없었다.

이번 브리티시오픈 1라운드에서 우즈의 페어웨이 안착률은 무려 88%였다. 그런데 그린 적중률은 56%에 그쳤다. 일반적으로 투어 선수 그린 적중률이 페어웨이 안착률보다 낮은 경우는 아주 드물다.

한마디로 페어웨이 한가운데서도 볼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다는 뜻이다. 페어웨이를 벗어나고도 버디 기회를 만들어내던 우즈의 경기력은 더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2라운드에서는 또 다른 현상이 나타났다. 페어웨이 안착률은 31%로 추락했다. 페어웨이 안착률이 50% 아래로 떨어지면 힘겹게 경기를 끌고나갔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그린 적중률은 72%로 올라갔다. 대신 퍼트가 최악이었다. 18홀에서 퍼터를 34차례 잡았다.

한마디로 엉망진창이라는 게 통계로 드러났다.

“스윙 개조도 마쳤고 아픈 데도 없다”면서 “이제 우승할 때가 됐다”던 우즈가 이런 경기력으로 컷조차 통과하지 못하자 전문가 사이에는 잭 니클라우스의 메이저대회 최다승(18승) 기록 경신은 물 건너 갔다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메이저대회는 고사하고 투어 대회에서도 더는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이 많다.

스포츠 통계 분석 전문가 닐 그린버그는 이미 브리티시오픈을 앞두고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우즈는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 후보가 아니다”라고 단언한 바 있다.

그린버그는 드라이버샷 정확도와 비거리, 평균 타수 등 각종 통계를 바탕으로 우즈가 투어 선수 평균 이하의 실력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게다가 우즈는 12월30일이면 만 40세가 된다. 10년만 지나면 시니어 투어에서 뛸 수 있는 만 쉰살이 된다. 나이가 들면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훈련과 재능으로 어느 정도 지연시킬 수는 있어도 막을 수는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즈가 계속 80대 타수를 치고, 컷 탈락을 일삼고, 형편없는 샷을 계속한다면 그런 모습을 더는 보기 싫다는 팬이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우즈가 쉽게 은퇴하지는 못한다는 견해도 상당하다. 우즈는 “아직 나는 젊다”고 은퇴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메이저대회 최다승 기록에 대한 우즈의 욕심도 욕심이지만 우즈가 은퇴하면 우즈를 활용해 전개한 각종 산업에 어마어마한 손실과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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