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소년들 축구선수 꿈 짓밟는 인신매매

2015년 7월 22일   정 용재 에디터

BBC “서아프리카 소년들, 라오스 축구팀에 팔려가”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축구선수를 꿈꾸는 서아프리카 소년들이 라오스로 인신매매돼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폭로했다.

라오스 축구팀은 나중에 이들을 이적시켜 몸값을 챙기려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는 이런 사례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BBC는 라오스의 신생 축구팀 참파삭 유나이티드에 서아프리카 출신 미성년 축구선수 6명이 활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18세 미만 선수가 외국팀이나 아카데미로 옮기는 것을 금하는 FIFA 규정에 어긋나는 것이다.


BBC는 참파삭 유나이티드가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을 위반해 14세 정도밖에 되지 않은 선수들을 이번 시즌 경기에 내보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라이베리아에서 라오스로 넘어갔던 14세 선수 카마라의 경우 급여와 함께 숙소를 제공받기로 하고 6년 계약을 했지만 돈을 받은 적도 없고 축구팀 경기장의 바닥에서 잠을 자야 했다고 주장했다.

미성년 선수들은 3월 비자가 만료된 후에는 불법체류자로 전락할 위험이 있어 외출에 제한을 받았으며 여권도 축구팀이 보관하고 있어 경기장을 거의 떠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파삭 유나이티드에 몸담았던 한 아프리카 선수는 노예 생활 같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축구팀은 나중에 소년들을 이적시켜 몸값을 챙기려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프리카 소년들의 라오스행은 현지의 축구아카데미에 초청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어린 소년들은 자국의 축구교육 시설이 마땅치 않아 기꺼이 초청을 받아들였으나 기다리고 있는 것은 체계적인 축구교육이 아니라 열악한 대우였다고 BBC는 전했다.

FIFPro 관계자는 라오스처럼 축구가 활성화되지 않은 나라의 축구팀이 FIFA 모르게 라이베리아에서 미성년 선수를 유인할 수 있었다는 게 충격적이라면서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FIFPro는 이번 사안이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에서 매년 1만5천 명의 축구선수가 고국을 떠나고 있으며 이들 중 다수의 외국행이 불법이라는 통계도 있다.

축구하는 라이베리아 소년들(EPA=연합뉴스)

축구하는 라이베리아 소년들(EPA=연합뉴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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