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몸부림쳐 수술해도…난 10억 적자의 원흉이었다”

2017년 11월 23일   School Stroy 에디터

아주대 교수회지에 심평원 수술비 삭감에 대한 비참한 심경 토로

“일을 할수록 손해 불러오는 조직원…무고했으나 죄인이었다”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환자마다 쌓여가는 (진료비) 삭감 규모가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도 이르렀다. 결국 나는 연간 10억 원의 적자를 만드는 원흉이 됐다”

총상을 입은 귀순 병사를 살려낸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외상외과 교수)이 환자를 살리기 위해 ‘몸부림’ 쳐도 개선되지 않은 현실에 안타까움을 토로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그는 자신을 ‘연간 10억원 적자의 원흉’이라고 표현하며 중증 외상외과 분야의 해결되지 않는 의료수가 문제를 지적했다.

이 교수가 직접 쓴 이 글은 아주대학교 교수회가 발행하는 소식지 ‘탁류청론’ 50호에 지난 9월 게재됐다.

이 교수는 “(중증외상 환자의) 수술은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필요한 생명 유지 장치와 특수 약품의 수는 적지 않다”며 “비용을 많이 지출하는 대형병원은 투입된 자본에 비해 수가가 받쳐주지 않으므로 중증외상 환자를 반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보건복지부가 의료 행위나 약제에 대한 급여 기준을 정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일선 병원이 그 기준을 준수하는지 확인하는데 이 과정에서 진료행위에 대한 의료비 삭감이 잦았다고 이 교수는 털어놨다. 병원이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할 수 있는 의료비가 삭감되면 삭감분은 고스란히 병원 몫이다.

이 교수는 “보험심사팀은 삭감률을 줄여야 했으므로 삭감될 만한 진료비를 미리 경고했지만 사경을 헤매는 환자의 필수적 치료를 줄일 순 없었다”며 “그건 줄여야 할 항목이 아닌 목숨을 살려낼 마지막 지푸라기”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쓰이는 외상외과 교과서의 표준 진료지침대로 치료했다는 내용을 (심평원에) 제출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결국 나는 연간 10억원의 적자를 만드는 원흉이 됐다”고 자괴감을 토로했다.

심사평가원의 진료비 삭감청구서가 거대한 화살이 되어 자신을 정조준했다며 힘겨운 상황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일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불러오는 조직원이었다”며 “무고했으나 죄인이었다”고 비참함을 드러냈다.

특히 그는 이 글에서 “원칙대로 환자를 처리했고 써야 할 약품과 기기를 썼다. 수술은 필요한 만큼 했다”면서 우회적으로 진료비 삭감이 과다하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아덴만 여명작전’에서 해적의 총에 맞은 석해균 선장을 치료했던 중증외상 환자 치료 전문가다.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다가 총상을 입은 북한 군인의 수술과 치료를 맡으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  이어지는 관련기사 ◆ 

김종대 “이국종에 상처 줬다면 사과…조만간 통화·방문”

 
이정미 “인권 의식 성찰하자는 취지로 받아들였으면”(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23일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을 비판한 것과 관련, “사태가 조금 진정되면 (이 센터장을) 찾아뵙고 허심탄회하게 오해를 풀고, 마음에 상처를 준 부분이 있다면 해명도 하고 사과도 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중간에 어떤 분을 통해서 조만간 통화라든지 방문을 타진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 센터장이 치료 중인 북한군 귀순자의 의료기록을 지나치게 상세히 공개한 것을 두고 ‘인격테러’라고 비판하고, 환자 정보 비공개를 규정한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의사가 브리핑할 때 심폐소생이 잘 됐다든지 추가감염이 없다든지 등을 알리는데, 이와 무관한 부분이 등장해 좀 과도하지 않으냐 하는 (지적이었다)”고 거듭 해명했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 회의에서도 “환자 치료에 전념해야 할 의사가 혹시라도 저로 인한 공방에서 마음에 큰 부담을 지게 된 것에 대해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이 기생충의 나라, 더럽고 혐오스러운 나라라는 발언과 보도는 귀순한 병사를 포함한 탈북자의 인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자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김 의원은 귀순병사 수술 과정에서 군 당국과 언론의 태도를 문제 삼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본인 취지와 다르게 이국종 교수가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부담을 안기게 된 점은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환자를 다루는 언론과 우리 사회의 인권 의식에 대해 성찰하자는 취지로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