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유산하면 ‘징역 30년’ 받는 나라

2017년 12월 18일   정 용재 에디터

테오도라 델 카르멘 바스퀘즈(Teodora del Carmen Vasquez)는 극심한 통증과 함께 출산을 준비하게 되었다.

그녀는 구급차를 불렀지만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에 양수가 터지고 말았다.

결국 그녀는 혼자 아이를 낳던 중 의식을 잃고 말았다. 많은 피를 흘리면서 다시 의식을 되찾았을 때 아이는 이미 죽은 후였다.

그러나 현장에 도착한 경찰들은 테오도라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수갑을 채운 뒤 살인 혐의로 채포했다.

시간이 지나서야 그녀는 병원으로 가서 필요한 응급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이미 11살의 아들을 키우고 있던 테오도라는 살인죄로 유죄 판결을 받고 징역 30년 형을 선고 받았다.

최근 영국 일간  미러(Mirror)에서는 사산아를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징역 30년 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인 엘 살바도르의 테오도라와 다른 여성들의 참담한 현실이 소개되어 많은 누리꾼들의 분노를 샀다.

테오도라는 ‘라스 17(Las 17)’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여성 모임에 속해있다.

라스 17은 1999년에서 2001년 사이에 엘 살바도르에서 아이를 유산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여성들의 모임이다.

엘 살바도르는 낙태를 강력하게 단속하는 국가 중 한 곳이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서 임신 관련 질병의 치료를 받는 여성들이 불법 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하며 유산이 범죄 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결과 엘 살바도르의 여성들은 임신 합병증의 치료를 받는 것을 두려워해서 막을 수 있는 죽음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미러의 취재진들은 앰네스티 활동가 카렌 야보르스키(Karen Javorski)와 함께 엘 사바도르의 가장 악명 높은 교도소로 향해서 임신 합병증으로 수감 생활 중인 테오도라와 마리아 테레사 리베라(Maria Teresa Rivera)를 직접 만나보았다.

엘 살바도르의 수도 산 살바도르 시 외곽에 위치한 일로팡고(Ilopango) 교도소에서 테오도라는 70명의 다른 여성들과 함께 한 방을 사용하고 있으며 마리아는 250명의 여성들과 한 방을 쓴다.

이렇게 비좁은 공간에서 여성 수감자들은 때로 지붕 밑의 바닥에서 잠을 자야 하기도 한다.

테오도라와 마리아는 교도소 바로 옆의 외부 공간에서 취재진과 면회를 가졌다.

당시는 더위와 모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두 사람의 이야기에 따르면 감옥 내부의 상황은 열악하기 그지 없었다.

비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수용자들이 무더운 날씨와 실용적이지 못하고 잔인한 규칙 때문에 고통 받는 상황이었다. 

테오도라와 비슷하게 마리아 역시 유산을 이유로 징역 40년 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에 있다.

두 여성 모두 어린 아들들을 떼어놓고 감옥살이를 해야만 한다.

테오도라의 부모는 지난 2015년부터 지금까지 한 차례도 딸을 만날 수 없었다.

교도소에서 먼 곳에 사는 탓에 부족한 형편에 차마 면회를 갈 수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 번 면회를 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행정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가까운 가족이 없는 마리아의 경우에는 샴푸나 화장지, 생리대와 같은 생필품들을 동료 수감자들에게 빌려야 하는 상황이다. 

취재진과의 인터뷰 도중 눈물을 흘리던 마리아는 바지 뒷 주머니에서 구겨진 휴지를 꺼내서는 눈을 닦지 않고 눈물에 젖은 무릎을 닦은 뒤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곳에서는 휴지까지도 아껴야만 한다.

두 여성을 만난 후 취재진은 테오도라의 언니 세실리아(Cecillia)와 그의 아버지 후안(Juan)을 만났다.

후안은 “딸을 꺼내는 데에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어서 안타깝다. 우리 가족이 가장 바라는 것은 테오도라가 그곳에서 나오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지난 8년 동안 틈틈이 여동생의 면회를 갔던 세실리아는 인터뷰에서 “동생만 벌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가족 모두가 마음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벌을 받고 있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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