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총리 통역 알고보니 러시아 스파이였다”

2017년 12월 22일   정 용재 에디터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우크라이나와 영국 총리 간 회담의 통역을 맡았던 우크라이나 측 보좌관이 러시아 스파이로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다.

이 보좌관은 볼로디미르 그로이스만 우크라이나 총리가 테리사 메이 총리와 보리스 존슨 외교장관 등 영국 정부 지도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 등 안보문제를 협의하는 데 통역을 맡아 영국 정부와 러시아 간 외교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22일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스타니스라프 예조프(39)라는 우크라이나 정부 고위 보좌관은 지난 7월 그로이스만 총리를 수행해 런던을 방문했으며 메이 총리와의 회담에 통역으로 배석했다.

양국 총리는 이 회담에서 러시아의 크림 반도 병합에 따른 국제제재와 러시아와의 국경 문제 등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안보환경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예조프는 지난 20일 키예프의 사무실에서 반역죄로 체포됐으며 과거 워싱턴에서 외교관으로 근무 중 러시아 정보당국에 포섭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양국 총리 간 사적인 논의에도 참여한 것으로 나타나 ‘민감한’ 정보들이 러시아 측에 넘겨졌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영국은 우크라이나의 대(對)러시아 방첩활동을 지원해오고 있으며 예조프의 체포 사실을 사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러시아 공식 방문에 나서는 존슨 외교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에게 스파이 사건을 강력 항의할 것으로 보인다.

존슨 장관은 라브로프 장관에게 ‘러시아가 지속해서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유럽국들을 혼란시키려 하는 한 양국 관계가 순탄하지 않을 것을 경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폴란드를 방문한 메이 총리도 지난여름 다우닝가 총리 관저 회담에 참석한 예조프 건(件)을 보고받았다면서 일단은 우크라이나 당국의 관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보국(SBU)은 예조프가 특수장비를 이용해 정부활동을 감시한 후 이를 전자통신채널을 통해 러시아 측에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정부 공식 수행원으로 그로이스만 총리와 함께 외국 방문에 나섰으며 지난해에는 그로이스만 총리와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과의 회담에 통역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올렉시 페트로프 SBU 국장은 TV 인터뷰에서 예조프가 문서를 훔치고 뉴스를 감청하고 동료들 간의 내부 정보를 수집해 러시아 특수기관에 건네는 등 러시아를 위해 ‘부지런히 일했다’고 말했다.

그로이스만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안기관의 공동노력으로 오랫동안 적국을 위해 일해온 한 관리를 적발, 오늘 구금했다”고 밝혔다.

예조프는 그로이스만 총리의 부(副)의전장으로 앞서 슬로베니아와 미국 주재 대사관에 근무한 바 있으며 수도 키예프의 대통령실에서 일했다. 그의 부인은 러시아 시민으로 러시아 측이 부인 친척들을 위협해 그를 포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예조프의 체포 사실을 알고 있으나 추가 소식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다른 관리는 우크라이나가 국내정정 불안의 책임을 스파이 사건에 돌리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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