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과 ‘도피형’ 결혼을 선택했습니다” (+후기)

2017년 12월 26일   정 용재 에디터

결혼을 왜 하는가, 라고 질문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을 그 이유로 들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결혼은 조금 많이 달랐다.

최근 네이트 판에는 ‘절친과 도피형 결혼을 선택’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와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는 과거 한 여성이 올린 글로, 결혼을 준비하던 과거에 이어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모습을 추가로 게재한 것이었다.

먼저 과거글부터 보자.

30살의 여성 A씨는 “동갑인 신랑과는 초등, 중등 동창에 절친이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신랑은 시댁, 저는 친정과 연을 끊었습니다”라고 말문을 뗐다.

이들은 그야말로 ‘도피형’ 결혼을 선택한 것.

대체 어떤 일이 있던 걸까.

사실 A씨 부부는 각자 집에서 ‘호구’ 노릇을 해왔다.

“저희는 소위 따라지 자식이었습니다. 저는 공부 잘하고 예쁜 언니에 치여서 대학을 가지 못했고, 신랑도 형에 비해 공부 못한다고 매일 욕먹어가면서 전문대 졸업했습니다”

“그럼에도 집안 생활비와 언니와 결혼자금은 제 몫이었고 언니 결혼 축의금으로 모았던 돈 250만원을 내야 했습니다”

“신랑은 알코올중독 아버지에게 두들겨 맞고 버텨가면서 겨우 살아가다 형이 취직하자 낭비벽이 심한 형의 카드값을 두 번이나 갚아줬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족들은 이들에게 조금도 고마워하지 않았다. 당연한 것이었다. 오히려 더한 것을 요구했다.

오랜 시간동안 절친으로 지내며 서로의 가정환경을 알게 된 이들은 더 이상 호구 노릇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둘은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었으나 상견례, 예단 없이 둘이서 결혼 후 연을 끊기로 한 것.

그리고 한참이 지난 지금, A씨는 결혼 후기를 올렸다.

“그 이후 저희는 그냥 혼인신고 한 뒤 친구들끼리 스몰웨딩으로 조촐하게 진행했습니다. 나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했다. 둘 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매우 컸기 때문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이 있듯이 이들은 자신들이 어린 시절의 상처로, 좋은 부모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는 “어쨌든 저흰 잘 살고 있습니다”라며 “둘 다 호구짓으로 모아둔 돈이 많이는 없었기에 당분간은 조금 넓은 2백에 40만원 원룸으로 살자고 합의했어요”라고 말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집안과는 계속 싸우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갑자기 형부가 며칠 뒤에 전화를 걸어 “잠깐 만나자”라고 제안했다.

욕먹을 줄 알고 나간 자리에서 형부는 “언니 결혼자금 2500이 전부 언니 돈이 맞냐? 일한 지 얼마 안 됐고 씀씀이도 헤픈데 의심스러웠다”라고 언니에 대해 물었다.

언니는 형부에게 결혼자금 모두 자신이 모았다고 주장했지만 그 중 천만 원이 A씨의 돈이었다. 언니 결혼에 축의금까지 A씨가 쓴 돈은 1250만 원이었다.

이에 형부는 차차 A씨에게 돈을 돌려주겠다며 현재 일단 6백만 원을 건네준 상태. 이 돈을 보태 이들은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이사갈 수 있었다.

남편의 경우 더 이상 형의 카드값을 갚지 않겠으며 월 40씩 드리던 부모님 용돈을 끊겠다고 폭탄선언하자 아버지로부터 맞아 전치 3주가 나왔다.

A씨는 “근데 신랑이 반항한 흔적이 없더라고요. 왜 그냥 맞고 있었냐고 물으니 의도했던 거래요. 경찰서 가려고”라고 전했다.

남편이 법대로 하자고 하자 그제서야 겁을 먹은 식구들.

맞은 이후로부터 남편은 시댁과 연을 아예 끊었다.

A씨는 “그래서 제사, 추석은 전부 안 지내고 송편 산 다음 삼색전, 동태전 해먹고 말아요. 요리는 남편이 합니다. 전 요리를 정말 못해서 옆에서 도와주는 정도에요”라고 말했다.

이어 결혼생활에 대하여 “그럭저럭 잘 살고 있어요. 부부관계도 나쁘지 않고. 비교 당하는 스트레스도 안 받고. 애가 없으니까 노후대비 적금 빼면 나름 살 만도 하고 그래요”라고 설명했다.

너무 무정한 것 같지만 A씨 부부에겐 지금의 상황이 최선이었다.

끝으로 A씨는 “남편은 제가 어릴 때부터 보아온 만큼 좋은 배우자이자 친구, 그리고 동반자입니다. 남편 생각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그냥 이렇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나름 행복한 것 같아요”라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가족들로부터 학대 당해온 A씨 부부의 이야기.

이를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이제는 행복해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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