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남성 40%가 ‘앉아서’ 소변 보는 이유

2017년 12월 28일   정 용재 에디터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남자는 서서 소변을 본다”는 상식(?)은 이제 더는 상식이 아닌 시대가 됐다. 일본 남성의 40%가 집에서 소변을 볼 때 좌변기에 앉아서 본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일본화장실연구소가 지난 10월 20~69세 남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기 집에서 소변을 볼 때 “서서 본다”는 사람이 55%, “앉아서 본다”는 사람이 44%였다. 서서 보는 사람이 약간 더 많지만, 그동안의 상식을 고려하면 의외의 조사결과다.

‘앉아서’ 보는 사람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여서 멀지 않아 ‘서서 보는’ 사람과 ‘앉아서’ 보는 사람이 역전될 가능성도 있다.

생활용품 메이커 라이온이 기혼여성을 대상으로 집에서 남편의 화장실 이용법을 물은 조사에서 ‘앉아서’ 본다는 비율이 2008년 27%에서 2014년에는 38%로 높아진 것으로 밝혀졌다. 화장실연구소의 지난 10월 조사결과는 이보다 더 높아진 것이다.

도쿄도(東京都) 히가시쿠루메(東久留米)시에 사는 42세의 한 남성은 앉아서 소변을 보기 시작한 지 올해로 3년째다. 결혼한 후 아내로부터 “화장실이 지저분해지니 (소변을) 앉아서 보라”는 잔소리를 들었지만 내키지 않았다. 바지를 내리는 게 귀찮아서만은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남자는 소변을 서서 보는 거”라는 일종의 고정관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살 많은 형에게 물어보니 “난 앉아서 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눈에 덮였던 비늘이 떨어진 느낌이었다고 한다. 당장 그날부터 앉아서 볼일을 보게 됐다.

회사 임원으로 일하는 이 남성은 아사히(朝日)신문에 “처음에는 귀찮았지만, 어느새 익숙해져 화장실을 깨끗이 하고 싶어졌다”면서 “이제 집에서는 서서 볼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자들이 왜 앉아서 소변을 보게 됐을까. 라이온사가 2015년 앉아서 볼일을 보는 남자들에게 앉는 이유를 물어본 결과 약 80%가 “화장실이 지저분해지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앉는 게 편해서”라는 대답은 30%에 그쳤다. 라이온사 홍보부서 관계자는 “좌식 스타일을 ‘더럽히지 않기 위한 궁리’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확산한 것”으로 풀이했다.

변기 메이커 토토는 “온수 세정기능을 갖춘 좌변기가 보급되면서 화장실에서 편안하게 쉬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회사 홍보담당자는 화장실을 단순히 용변을 보는 장소가 아니라 “거실의 하나로 인식”하게 됐다고 지적하고 거실을 깨끗하게 유지하려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몸에 밴 습관을 바꾸는 건 그리 쉽지 않다.

깨끗하게 유지하면서도 소변은 서서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요구를 고려한 화장실 제품도 나오고 있다. 파나소닉은 2014년 오줌이 튀는 것을 억제하는 기능을 갖춘 ‘아라우노’ 변기를 발매했다. 앉는 자리를 들어 올리면 거품이 나와 수면을 덮어 오줌이 튀는 것을 줄이는 방식이다.

일본화장실연구소의 가토 아쓰시(加藤篤) 대표는 “배설은 편안한 상태에서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지저분해지지 않을까 걱정하기보다 쾌적한지 아닌지를 중요하게 여겼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혹시 더러워지면 스스로 청소하는 게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서서 소변을 보면 오줌이 상당히 많이 튀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온이 2005년 하루 7번 소변을 본다는 가정하에 실시한 실험결과에 따르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오줌 방울을 포함해 약 2천300 방울이 변기 주변 바닥에 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튄 방울은 시간이 지나면서 세균에 의해 분해돼 암모니아 냄새를 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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