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단장이 올림픽 자원봉사자 이름을 부르지 못하는 이유

송시현 기자 2018년 2월 9일 입력
						
						

(강릉=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서강대학교 미국문화학과에 재학 중인 고정은(20) 씨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강릉선수촌 내에 피트니스 센터 보조 임무를 맡고 있는데, 지난 2일 평생 기억에 남을 일을 경험했다.

6일 선수촌 개방행사에서 만난 고 씨는 “지난 2일 해 뜰 녘 즈음 북한 선수단 원길우 단장과 지도자 한 분이 피트니스 센터를 방문했다”라면서 “선수들이 운동할 수 있는 시설을 점검하러 오신 것 같았다”라며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원 단장은 피트니스 센터를 운영하는 매니저, 자원봉사자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하며 시설에 관해 여러 가지를 물었다.

고 씨는 “원 단장이 (이름이 적혀있는) 자원봉사자들의 AD 카드를 일일이 확인하면서 이름을 부르며 인사하더라. 그런데 내 아이디 카드를 뚫어지라 보더니 수 초간 말을 잇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원 단장이 차마 내 이름을 부르지 못하겠다고 했다. 다 같이 웃음보를 터뜨렸다”라며 웃었다.

원 단장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이름이 같은 고정은 씨의 이름을 부르지 못했지만, 자원봉사자들에게 허물없이 대하며 마음을 열었다.

고정은 씨는 “원길우 단장 옆에 있던 북한 관계자 한 명은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어 서강대 미국문화학과에 재학 중이라고 하니 미국놈들을 다 때려 부숴야 한다고 해 또 한 번 웃음바다가 됐다”라고 전했다.

북한 선수들은 선수촌 시설 중 피트니스 센터 사용을 가장 활발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트니스 센터지원 인력인 전북 익산소방서 소속 최복무 씨는 “북한 선수들은 점심 먹기 전과 저녁 시간에 8~12명의 코치, 선수들이 피트니스 센터를 방문해 운동한다”라며 “다만 다른 나라 선수들과는 대화하지 않고 운영 인력과 자원봉사자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라고 소개했다.

이날도 크로스컨트리 한춘경, 박일철, 리영금 등 3명의 선수와 코치 한 명이 피트니스 센터를 찾아 오후 4시부터 약 한 시간 동안 러닝머신에서 몸을 풀었다.

최복무 씨는 북한 선수들이 처음 피트니스 센터에 왔을 때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최 씨는 “북한 선수들이 처음 피트니스 센터를 방문했을 때 러닝머신 사용법을 물어보더라”라며 “스타트(start)버튼을 누르라고 알려드렸더니 이머전시(emergency·비상) 버튼을 계속 누르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영어로 쓰여있어서 헷갈린 것 같았다”라며 “북한 관계자들이 왜 이렇게 미제 말을 쓰냐고 했던 게 기억난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원봉사자 중 한 명이 북한이라고 했더니 교육을 안 받았느냐며 북에서 온 손님이라고 부르라고도 했다”고 밝혔다.

최 씨는 “처음엔 북한 선수들을 보고 매우 신기했는데, 자주 보다 보니 같은 한민족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라며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모습과는 달리 북한 선수들은 매번 예의 바르고 친절하게 대해줘 뭉클한 마음이 매번 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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