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로 범인을 찾아드립니다” 지금 난리난 음향전문가 배명진의 실체

2018년 5월 23일   정 용재 에디터

“목소리로 범인을 찾아드립니다. . . ?”

‘소리’와 관련된 사건 사고가 있을 때마다 신문과 방송에 빠지지 않고 등장해 온 배명진 교수.

그는 25년간 언론에 약 7천 번 출연하며 국내 최고의 음향전문가로 자리잡았다.

그룹 워너원 욕설파문부터 한국 사회를 뒤흔든 각종 미제사건까지, ‘소리’에서 단서를 찾아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한 배 교수.

각종 사건 사고를 오로지 소리만을 분석하여 그 안에서 단서를 찾아내던 그는 언론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무한한 신뢰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MBC ‘PD수첩’은 배명진 교수의 음성 분석이 과학적이지 않다는 학계의 제보에 따라 직접 취재에 나섰다.

22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목소리로 범인을 찾아 드립니다” – 소리박사 배명진의 진실’ 편이 전파를 탔다.

실제로 배명진 교수의 잘못된 분석 때문에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씌일 뻔한 사람이 있었다는 경우가 있다.

– 2012년 10월에 발생한 제주방어사령부 소속 김하사 사건

제주시 도남동의 한 하천 바닥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 하사가 그를 질책했던 선임 때문에 투신한 것으로 보인다는 발표가 났다.

이에 김 하사가 타살인지 자살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음향전문가 배명진은 당시 시신을 발견했다는 신고 음성과 김 하사를 질책했던 선임의 목소리가 유사하다는 분석을 했다.

범인으로 지목받은 선임은 전면 부인했으나 ‘전문가’의 분석 결과를 신뢰했던 유가족과 국민들은 선임에 대한 의심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배명진 교수의 분석 결과는 사실과 달랐다. 진짜 신고자는 다른 사람이었던 것.

신고자가 공중전화를 이용하여 신고를 했던 이유는 지명 수배자였기 때문이라는데, 배명진 교수의 잘못된 목소리 분석으로 선임은 한 순간에 살인범으로 지목될 뻔했다.

또한 ‘PD수첩’은 배명진 교수가 직접 작성해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문건을 입수했다. 바로 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음성 파일, 이른바 ‘성완종 녹취’를 배명진 교수가 분석한 감정서다.

2015년 4월, 유력 정치인들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성완종 회장의 마지막 고백이 담긴 음성 파일이 공개되자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고, 이완구 당시 총리를 뇌물수수혐의로 기소했다.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이완구 총리 측은 2심을 준비하며 배명진 교수에게 ‘성완종 녹취’의 감정을 의뢰했다. 배명진 교수는 성완종 회장의 목소리 진실성이 62.7%이며, 이완구 전 총리에게 돈을 지불했다는 성완종 회장의 증언은 허위라는 내용의 감정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PD수첩’이 입수한 배명진 교수의 감정서를 검토한 음성 분석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의문을 제기한다.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작성된 감정서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

이 사건과 관련,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음성 분석을 맡고 있는 전옥엽 물리학 박사는 “과학이란 이름으로 포장해서 사람들한테 헷갈리는 정보를 주지 않았으면 한다”며 “뭘 보고서 음성이 동일하다고 분석하는지 잘 모르겠다.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PD수첩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배명진 교수는 완강하게 거부를 했다.

한편, 지난 1991년 미제로 남은 이형호 군 유괴살해 사건을 다시 다룬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도 배명진 교수는 실제 범인 음성을 분석하며 “성문으로 얼굴, 키 등을 알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음성학자 이봉원 교수는 해당 영상을 보고 박장대소하며 “이건 난센스다.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런 말을 할 수가 없다. 일단 그 목소리가 그 사람의 개인적 특성을 반영한단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어떤 경향성을 얘기하는 것이지 어떤 구체적인 사례에 대한 증거가 되기엔 변수가 많다. 목소리만으로 개인의 성향을 판단한다는 것은 실제로 위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의 평균 목소리라는 것도 가변이다. 80년대 20대 목소리. 현재의 20대 목소리 등은 다르다. 평균 목소리 특성이 무엇을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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