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병사에게 ‘감기약’ 처방한 군대, 입대 7개월만에 사망한 21세 청년

2018년 6월 1일   정 용재 에디터

뇌출혈과 백혈병 증세를 보이던 병사에게 군대는 두통약을 건네줬다.

지난달 31일 SBS ‘8시 뉴스’에서는 군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숨진 21살 홍정기 일병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전했다.

군생활이 체질에 맞다며 ‘특급전사’를 꿈꿨다는 故 홍정기 일병은 평소 군대 체력 검정에서 특급, 1급을 받을 정도로 건강한 몸을 자랑했다.

하지만 그는 입대 7개월 만에 민간 병원으로 후송됐고, 심각한 뇌출혈로 수술을 받은 뒤 이틀만에 사망했다.

그 사이에 故 홍정기 일병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군 검찰 조사보고서를 살펴보면 홍 일병은 사망 11일 전 구토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군의관은 홍 일병에게 두드러기 약을 처방했다고. 이후 홍 일병의 몸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멍이 자꾸 생겼고, 두통도 심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의무대가 홍 일병에게 준 것은 감기약이 전부였다. 고통을 견디다 못한 홍 일병은 병원 진료를 요청했고, 상관과 함께 개인 병원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홍 일병의 상태를 살펴본 의사는 ‘혈액암’ 가능성이 있다며 큰 병원을 찾으라고 말했다.

그런데 인솔 상관이 홍 일병을 데리고 찾은 곳은 큰 병원이 아닌 부대였다. 다음날 군 병원이 예약 되었다는 이유로 곧장 큰 병원으로 가지 않은 것이다.

그날 밤 또다시 심각한 두통과 구토에 시달린 홍 일병은 자정께 사단 의무대로 후송됐으나 ‘응급상황이 아니면 병실이 없다’는 이유로 다시 돌려 보내졌다.

오전 9시가 되서야 홍 일병은 군병원으로 갈 수 있었다. 백혈병 가능성과 뇌내출혈 의증 진단이 내려졌다.

하지만 수용 공간이 없어 홍 일병은 민간 병원으로 후송조치됐고, 손을 쓰기엔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2016년 3월 홍 일병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홍 일병의 어머니는 방송을 통해 “그 9시간을 애가 얼마나 무서웠을지, 두려웠을지 생각하면 지금도 피가 거꾸로 솟는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와 관련해 당시 군의관 A씨는 오진을 인정하면서도 간단한 혈액 검사 장비조차 없는 열악한 의무대에서 정확한 진단이 힘들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홍 일병의 죽음과 관련해 당시 군의관 2명은 각각 감봉 1개월과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으며, 부대 지휘관은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다.

온라인 이슈팀 에디터 <제보 및 보도자료 editor@postshare.co.kr 저작권자(c) 포스트쉐어,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사진 = SBS 뉴스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