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휘날리며’ 제작 당시 국방부에서 하려던 갑질 3

2018년 6월 21일 정 용재 에디터

2004년에 개봉해 큰 사랑을 받았던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국전쟁 당시의 참상을 그대로 재현하고, 전쟁으로 인해 인간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잘 보여줬다는 평을 받으며 한국 영화 사상 두 번째로 ‘천만 관객’ 영화가 됐다.

최근 방송된 JTBC ‘#방구석 1열’에 출연한 정윤철 영화 감독은 태극기 휘날리며를 제작할 때 투자자를 제대로 찾지 못해 국방부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 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강제규 감독의 시나리오를 읽어본 후 ‘수정사항 3개’를 요구했다고.

첫번째로 요구한 것은 극 중 장동건(이진태)과 원빈(이진석)이 군인들에게 강제징집되는 장면을 ‘자원입대’로 수정해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이승만 정권이 청년들을 강제 징집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에, 강제규 감독은 수정을 거부했다고.

두번째로 요구한 것은 ‘보도연맹 사건’을 영화에서 삭제해달라는 것이었다. ‘보도연맹 사건’은 한국 역사의 가장 큰 아픔 중 하나다. 보도연맹은 ‘좌익’으로 분류되던 이들을 우익으로 전향시켜 ‘반공 사상’을 확고하게 하기 위해 정권에서 1949년에 만들어 관리한 집단이었다.

이승만 정권은 한국전쟁 중 보도연맹원들이 다시 좌익으로 전향할 것을 우려해, 반공청년단원들을 조직해 무차별적으로 ‘보도연맹원’을 학살했다. 명부에 이름만 적혀 있어도 살해했다고. 이는 대한민국 정부가 자국민을 죽인 최악의 학살로 남아있다.

강제규 감독은 이런 요구 역시 거절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국방부가 요구한 사항은 이진태가 남한군으로 활동하다 월북해 북한 깃발부대의 선봉장이 되는 내용을 삭제해달라는 것이었다.

남한군의 월북 또는 북한군의 탈북은 실제 있었던 일이었지만, 국방부는 대한민국의 군인이 북한군이 되는 내용을 좋지 않게 본 것으로 판단된다.

이 얘기를 들은 윤종신은 “그럼 선전영화랑 거의 비슷하지 않나”고 물었고, 정윤철 감독은 “80년대 국군홍보 프로그램 ‘배달의 기수’가 되는 수준”이라고 대답했다.

세 가지 요구를 모두 거절한 강제규 감독은 결국 국방부에서 어떤 협조도 받지 못했고, 제작이 30~40%를 절감할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결국 ‘태극기 휘날리며’는 총 관객 1174만6135명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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