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보면 더 무서운 공포영화

2018년 6월 26일   정 용재 에디터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기상청에서는 “제주도 남쪽 먼 바다에 머물던 장마전선이 북상해 전남 해안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아침엔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확실할까?

어쨌든,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여름 장마. 이런 날에는 어떤 영화가 땅기시는가?

필자는 공포영화가 생각난다. 잔뜩 흐려 어두워진 날씨를 보면 무언가가 나올 것만 같다. 귀신이든 알 수 없는 무엇이든. 이런 날에는 공포영화를 봐야 한다. 분위기 하나로도 사람들을 잡아먹을 수 있는 공포영화.

공포영화는 대부분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하지만, 정말 관객을 무섭게 만드는 영화는 흔치 않다. 아무리 어둡고, 음산한 안개가 깔리고, 무서운 음악이 나와도 결국 한방은 갑자기 등장하는 귀신들이다.

그런 면에서 ‘알포인트’는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정말 관객을 공포스럽게 만드는 영화다.

2004년 개봉한 영화 ‘알포인트’. 월남전 당시 다수의 병사들이 실종된 로미오 포인트(Romeo point)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 영화는 당시 한국 공포영화계에서는 굉장히 획기적인 작품이었다.

알포인트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972년, 베트남 전쟁의 막바지.
200명의 부대원 중, 혼자 살아 남은 혼바우 전투의 생존자 최태인 중위(감우성)는 악몽에 시달리며 괴로워한다.
그러나 그의 본대 복귀 요청은 철회되고,
CID 부대장은 그에게 비밀 수색 명령을 내린다.

1월 30일 밤 10시.
이날도 사단본부 통신부대의 무전기엔 “당나귀 삼공…”을 외치는 비명이 들어오고 있다.
6개월전 작전 지역명 ‘로미오 포인트’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18명의 수색대원들로부터 구조요청이 오고 있었던 것.
그 흔적 없는 병사들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물을 확보하는 것이 이번 작전의 목표다.

3일 후.
좌표 63도 32분, 53도 27분 _ 로미오 포인트 입구.
어둠이 밀려오는 밀림으로 들어가는 9명의 병사들 뒤로
나뭇잎에 가려졌던 낡은 비문이 드러난다.

不歸! 손에 피 묻힌 자, 돌아갈 수 없다!!
7일간의 작전, 첫 야영지엔 10명!! 의 병사가 보이고…. 그러나 이제 하루가 시작되고 있을 뿐이다.

“야이 미친놈아! 너네 9명 갔어! 9명! 9명 갔다고! 임마! 최중위!”

알포인트의 가장 큰 매력은 진실을 알 수 없다는 것에서 온다. 누가 귀신이고 누가 진짜 사람인지도 알 수 없는데, 심지어 관객들까지 이전 장면을 떠올리며 극 중 인물들을 의심하게 된다.

애초에 9명이 출발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최태인 중위는 혼란에 빠지는데, 이건 관객도 마찬가지. 관객은 그제서야 영화 초반 부대원들이 사진찍던 모습을 생각하며 몇명이었는지 떠올리려 애쓴다. 어쩌면 영화를 다시 돌려 그 장면만 다시 보는 사람이 있었을지도.

설명이 없이 부대원들이 마주치는 상황만 계속해서 나오기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이 존재하는데, 이 부분은 직접 영화를 보고 확인하시길.

이 영화가 개봉할 당시 ‘알포인트’의 실화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영화 공식 사이트에 영국 종군기자 알버트T.에반스가 월남전 당시 남긴 일기와 함께 실화에 기초했다고 홍보했기 때문.

하지만 이 영화는 모두 픽션이다. 공수창 감독 역시 한 인터뷰에서 “전쟁 당시 떠돌던 괴담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온라인 이슈팀 <제보 및 보도자료 editor@postshare.co.kr 저작권자(c) 포스트쉐어,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사진 = 영화 ‘알포인트’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