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테랑’의 모티브가 되었던 사건 (+결말)

2018년 6월 27일   정 용재 에디터

“물론 현실은 영화보다 더하다는 것이 씁쓸하다”

이보다 더 악랄할 수 있을까. 한국 영화의 역대급 악역이라고 평가받는 영화 ‘베테랑(200X, 류승완 감독)’의 조태오.

상습폭행, 마약, 살인교사 등 온갖 나쁜 짓을 골라하는 조태오는 너무 ‘세다는’ 이유로 여러 배우들에게 거절 받은 역할이다.

결국 감독은 유아인에게 시나리오를 순화해서 건네게 되는데 유아인 오히려 더 세게 가자고 했다고 한다. 그렇게 많은 이들을 분노하게 만든 악역 중의 악역, 조태오가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만 존재할 것 같은 조태오 역의 모티브가 된 ‘실제’ 모델이 있었다고.

이른바 ‘맥값 폭행 사건’이라 불리는 최철원이다.

‘맷값 폭행 사건’은 SK 그룹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이자 물류회사 M&M의 대표였던 최철원이 시위를 하던 화물차량 기사 유홍준씨를 사무실로 불러들여 ‘빠따’로 폭행, 맷값이라며 2천만원을 건넨 충격적인 사건이다.

2010년 10월 18일 서울 용산의 SK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던 50대 화물기사 유모씨는 최철원 전 대표의 부름을 받게 된다.

당시 유씨가 다니던 회사가 M&M으로 인수ㆍ합병되면서 고용승계가 안 되는 바람에 1년 이상 벌이가 없던, 열악한 상황이었다.

최 전 대표는 유씨에게 대뜸 “엎드려라”라는 말과 함께 야구방망이로 내리 10대를 내리쳤다.

“살려주세요.”

이어 유씨에게 “합의금이 2천만 원이니까 한 대에 100만 원이라 치고 스무 대만 맞아라”라며 야구방망이로 유씨를 폭행했다.

열 대를 맞고 살려달라고 비는 유씨에게 최 전 대표는 “그럼 지금부터는 한 대에 300만 원씩이다”라며 세 대를 더 때리기까지 했다.

폭행이 끝난 후, 최 전 대표는 1천만 원짜리 수표 2장을 유씨에게 던졌다. 그러고는 합의서 2장을 꺼내며 “읽을 필요 없으니 서명만 해라”라는 말까지.

실제로 사건 후 M&M의 한 간부는 “유 씨가 돈을 더 받기 위해 자기가 맞은 부분이 있어요. ‘파이트 머니’라고 할까요? 쉽게 말해서”라면서 “사실은 2000만 원어치도 안 맞았어요, 제가 볼 때는”이라고 발언해 더 큰 충격을 안겼다.

뿐만 아니라 법정에 선 최 전 대표는 흔한 마스크도 휠체어도 없이, 그야말로 당당한 모습으로 등장해 “군대에서 맞는 ‘빠따’ 정도로 생각하고 ‘훈육’ 개념으로 때렸다”는 변명을 늘어놓기도 했다.

1심에서 최 전 대표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었다. 하지만 2심까지 간 재판에서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 최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영화의 결말처럼 통쾌하지는 못했다.

온라인 이슈팀 <제보 및 보도자료 editor@postshare.co.kr 저작권자(c) 포스트쉐어,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사진 = 영화 ‘베테랑’ 및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