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사악해. 우리가 슬퍼해야 할 이유가 없어”
공개하는 영화마다 항상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감독 라스 폰 트리에. 최근 칸에서 공개된 그의 신작 ‘더 하우스 댓 잭 빌트’ 역시 큰 논란이 됐다. 영화를 본 한 기자는 “지금껏 칸에서 이런 영화는 본 적이 없다”고 밝혔으며, 영화 리뷰에는 “토할 것 같고 한심하다”라는 제목을 달기도 했다.
심지어 공식 상영 행사에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의료진까지 대기했다고.
라스 폰 트리에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가 거의 없다. 한 편 한 편이 극단적이고 불편한데, 염세주의에다가 표현 수위도 매우 높아 영화를 보기 직전 단단하게 마음을 먹고 봐야한다.
정신 상태가 매우 불안정한 것으로 알려진 라스 폰 트리에는 지독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 때문에 ‘안티크라이스트’, ‘멜랑콜리아’, ‘님포매니악’ 이라는 우울 3부작 시리즈를 연출하기도 했는데, 모두 다 공개 당시 큰 논란이 됐던 영화들이다.
이 중 수위가 가장 낮아 ‘그나마’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있다면, ‘멜랑콜리아’다.
유능한 광고 카피라이터인 저스틴(커스틴 던스트)은 마이클(알렉산더 스카스가드)과 결혼식을 올리지만 고질적인 우울증으로 인해 이상 행동을 보이며 결국 결혼을 망치고 만다. 상태가 심해진 저스틴은 언니인 클레어(샤를로뜨 갱스부르)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되고 클레어는 그런 저스틴을 극진히 보살핀다. 한편 ‘멜랑콜리아’라는 이름의 거대한 행성이 지구를 향해 날아오고 클레어는 종말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지만 과학자의 말을 맹신하는 남편 존(키퍼 서덜랜드)으로 인해 내색은 하지 못한다. 날이 갈수록 더 이상 행동을 보이는 저스틴과 최악의 사태를 대비하는 클레어. 다행히 과학자들의 말대로 멜랑콜리아는 지구를 지나쳐 다시 멀어지는데….
표현 수위는 낮은 편이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정서는 결코 쉽지 않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이 영화를 칸 영화제에서 공개하며 “안티크라이스트보다 보기 괴로운 영화”라고 말해 관계자들을 경악케하기도 했다. 영화 소개에 따르면 라스 폰 트리에는 행성 충돌이나 사고로 세상이 끝나는 게 아닌 우울증이 세상을 멸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런 생각을 반영한 영화라고 한다.
한편, 라스 폰 트리에는 ‘멜랑콜리아’로 칸 영화제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나는 히틀러리를 이해한다. 동정한다. 그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는 발언을 해 칸 영화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온라인 이슈팀 <제보 및 보도자료 editor@postshare.co.kr 저작권자(c) 포스트쉐어,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사진 = 영화 ‘멜랑콜리아’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