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감 쩌는 ‘눈호강’ 영화 : 마리 앙투아네트

2018년 7월 3일   정 용재 에디터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지!”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했던 유명한 말이다. 가난한 백성들에게 던진 잔인한 말로 그녀의 심성을 대표하고 있는데 사실 이것은 루머이다. 그녀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한 말이 지금까지도 그녀의 꼬리표가 되고 있다. 여전히.

끝나지 않는, 그녀를 둘러싼 진실과 거짓

화려해서 더욱 외로웠던 베르사유의 장미

영화 포스터에 나와 있듯, 내가 말하고자 하는 커스틴 던스트 주연의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는 항상 우리가 보아 왔던 사치스럽고 악랄한 왕비의 모습이 아닌, 인간적인 그녀를 살펴보고자 한다. -누군가는 시대보다는 인간을 택했다고 표현했다. – 그래서 더욱 더 흥미로웠다.

오스트리아의 평범한 어린 공주 마리 앙투아네트는 동맹을 위해 프랑스에 시집을 가게 되고, 타국에서 그녀의 외로움은 시작된다. 외국인인 그녀를 왕족들은 시기심과 무시로 대했고, 성격이 다소 내성적이며 무심했던 남편은 그녀를 외면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그녀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그녀의 ‘사치’를 시작하게 된다. 이와 함께 영화 속에서는 다양한 볼거리가 제공된다.

입이 딱 벌어지는 스케일의 베르사유의 궁전, 그리고 화려한 드레스와 여인들의 화장과 장신구. 격식이 가득 느껴지는 음식과 여러 예절들은 그 시대의 향을 맡게 해준다. 초반의 마리 앙투아네트가 썼던 모자는 다소 평범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모자와 헤어스타일의 화려함과 높이는 더해간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외로움의 크기가 커질 때마다 관객들의, 마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눈만큼은 즐거워진다. 알록달록한 디저트, 드레스, 구두…

남편의 관심을 받으려 그녀는 더욱 더 예쁘고, 더욱 더 화려하게 꾸며보지만 쉽지 않았던 걸로 보인다. 게다가 그녀는 결혼을 하고나서도 한참동안 아이를 가지지 못한다. 시동생이 먼저 왕자를 출산하게 되며 그녀의 부담감은 더욱 커지고, 친정인 오스트리아에서의 압박도 더해간다. 숱한 소문과 무시 속에서 그녀가 할 수 있던 건 오직 이렇게 허전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취하고 화려하게 치장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계속 사들이는 것이었다.

수많은 남자들과 스캔들을 뿌린 그녀지만, 그 와중에 만나게 된 페르센 백작은 그녀가 유일하게 사랑했던 남자가 아닌가 하는 평가도 있다. 영화 속에서는 짧게 표현되었지만 그 짧은 장면에서 그나마 그녀는 웃는다.

후에 아이를 낳게 된 그녀는 평화로운 나날을 지낸다. 영화 속에서 그 어느 모습보다도 행복하게 비춰진다. 아마 실제로도 그랬을 거라고 생각된다. 화려한 모습이 아닌, 엄마의 모습. 홀로 떨어진 타국에서의 외로움이 아이로 다 씻겨지지 않았을까.

그리고 프랑스 혁명의 시작. 이 영화에서 왕과 왕비의 마지막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어떻게 보면 그래서 밋밋할 수도, 제대로 끝난 것 같지도 않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바로 이 영화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ㅡ 수많은 볼거리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우선 작게는 화려한 겉모습이다. 나의 취향인 화려한 드레스, 아기자기한 소품들, 그리고 특히 난 유럽의 고전을 좋아한다. 그야말로 제대로 취향저격.

그래서 그런지 딱 특정한 이 시기라기보다는 드레스를 입은 유럽의 영화나 책을 굉장히 좋아한다. 위험한 관계, 카사노바, 오만과 편견 등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 같은 경우에는 화려함의 끝에 닿아버린 시기였고 그 시기를 평정한 그녀에 관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훨씬 나의 만족을 크게 해주었다. 색채의 아름다움 속에서 그 시대밖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헤어스타일, 드레스, 아름다운 궁의 모습들을 영화는 눈부시게 표현해준다.

ㅡ 여자로서의 지극히 인간적인 삶

이 영화에서 나는 한 여자의 인생을 엿보았다. 평범한 삶을 살고자 했던 그녀가 받아야 했던 부담감, 압박감, 그리고 가장 큰 외로움은 그녀의 인생이 흔들렸던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그린 다양한 작품들 속에서는 우리는 이런 그녀의 개인적인 인간사를 거의 읽을 수 없었다. 그러나 2006년 작품에서는 그리 궁금해 하지도 않았고, 굳이 알고자 하지 않았던 ‘그녀만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나는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오스트리아의 공주로 어린 나이에 프랑스로 시집왔지만 시대의 변화와 국민의 살림을 읽기에는 부족했고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프랑스 귀족들에게 비난을 받아야만 했던 그녀.

어떤 이는 이 영화는 역사가 거세되었다고 비난한다. 물론 영화에서 당시의 프랑스 귀족들의 낭비와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의 국정관계, 백성들의 어려움 같은 면은 표현되지 않았다. 그 부분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역사 속에 등장하는 그들 하나하나를 아는 것 또한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더군다나 그녀처럼 진실을 알 수 없는 많은 소문을 흩뿌리고 다닌 인물이라면 더더욱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내게는 스파이더맨이나 파파라치 사진 속에서나 익숙했던 배우 커스틴 던스트가 마리 앙투아네트를 어떻게 표현할까 상상이 되지 않았었지만, 보고 난후엔 사랑스럽고 발랄했던 어린 공주에서부터 외로움에 지친 모습까지도 특히 눈빛을 통해 왕비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오스트리아에서 온 임신과 조국에 대한 걱정을 담은 친정의 편지를 받고 괴로워하는 모습이었다. 궁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벽에 등을 대고 편지를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너무나 대조적이어서 슬픔이 더 깊게 전해졌다.

이 영화의 또 하나의 의외였던 면은 마치 클래식이 사용되어야 할 것 같은 이 영화에서 락 음악을 OST로 사용했던 점이다. 특히 엔딩에서는 물음표를 얼굴에 동동 띄우며 내가 지금 마리 앙투아네트를 본 것이 맞는가 하는 느낌까지 주었다. 락 음악과 중세시대 화면의 만남. (!!!) 보다 그녀를 친근하고 무겁지 않게 해주었다. 그녀 또한 우리와 다를 것이 없다는 느낌.

모두들 취향이 다르겠지만, 한 여자의 인생을 역사 안에서 본 것이 아닌 개인적으로 본 면이 모두 내게 공감대를 형성하게 해주었고 더불어 아름다운 고전의 모습에 흠뻑 취해 푹 빠져있는 영화다. 한번쯤은 모두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다.

+ 덧붙임 : 하지만 역사는 잊어선 안되겠죠.

온라인 이슈팀 <제보 및 보도자료 editor@postshare.co.kr 저작권자(c) 포스트쉐어,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사진 =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