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배우, 다른 영화” 배우들의 ‘겹치기’ 개봉 상황

2018년 7월 16일   정 용재 에디터

“일주일새 저승에서 북한으로…” 주연 배우 ‘겹치기’ 개봉

주지훈·이성민·조진웅 주연 영화 2편 동시기 상영

▼ ‘신과함께-인과연’의 주지훈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예전에는 텐트폴영화(가장 흥행에 성공할만한 작품)에 주연 배우가 겹치면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개봉했는데, 요즘에는 그런 상도덕도 없어졌어요.”

한 중견 영화인의 말이다. 한국영화 대작들이 여름과 겨울 성수기에 몰리면서 같은 배우가 주연한 두 편의 영화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 현상을 지적한 것이다.

올여름도 예외는 아니다. 이달 25일 ‘인랑’을 시작으로 ‘신과함께-인과연'(신과함께2·8월1일), ‘공작'(8월8일), ‘목격자'(8월15일) 등 한국영화 4편이 한주 간격으로 차례로 개봉한다.

▼ ‘공작’ 속 주지훈

이 가운데 주지훈은 ‘신과함께2’와 ‘공작’에 주연급으로 출연했다. ‘신과함께2’에서는 저승차사 해원맥으로, 첩보극 ‘공작’에서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과장 정무택 역으로 나와 일주일 간격으로 저승과 북한을 오간다.

이성민은 ‘공작’과 ‘목격자’에서 주연을 맡았다. ‘공작’에서는 남측 인사 흑금성(황정민)과 교감을 나누는 북한 고위급 리명운 역을 맡았다. 한 주 뒤 개봉하는 스릴러물 ‘목격자’에서는 아파트 단지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목격한 뒤 범인에게 쫓기는 평범한 가장 상훈 역으로 나온다.

▼ ‘공작’ 이성민

▼ ‘목격자’ 이성민

지난 5월 개봉한 ‘독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조진웅은 ‘공작’에서 안기부 해외실장 최학성을 연기했다. 이달 18일에는 ‘독전’의 감독판 ‘독전:익스텐디드 컷’이 재개봉할 예정이어서 조진웅 역시 두 작품에 동시에 얼굴을 내밀게 됐다.

마동석은 동시 개봉은 아니지만, 지난 5월 ‘챔피언’에 이어 8월 ‘신과함께2’에서 성주신으로 합류한 뒤 9월 말에는 범죄코미디 ‘원더풀 고스트’로 돌아온다.

▼ ‘독전’ 조진웅

▼ ‘공작’ 조진웅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은 물론 그들이 의도했던 바는 아니다. 각각 다른 시기에 촬영했지만, 공교롭게도 개봉 날짜가 겹치거나 원래 계획과 달리 개봉일이 조정돼 벌어진 일이다. 배우들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영화 두 편의 흥행을 동시에 책임져야 하는 부담도 떠안게 된다.

주지훈은 지난 3일 열린 ‘공작’ 제작보고회에서 “관객들이 영화를 많이 보는 시즌에 제가 출연한 작품이 연달아 나와 무섭고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주연 배우가 이 영화, 저 영화에 동시에 나왔다고 해서 해당 작품 흥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 ‘신과함께-인과연’ 하정우

하정우는 지난겨울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한 ‘신과함께-죄와벌’과 ‘1987’에서 주연을 맡아 총 2천만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특정 배우에 의존하다 보면 장기적으로는 배우들의 이미지가 소모될 수밖에 없고, 한국영화의 경쟁력을 깎아 먹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모 배급사 관계자는 “티켓 파워가 있는 일부 배우들만 기용하려는 경향과 멀티캐스팅이 일반화하면서 주연들까지 겹치기 출연을 하는 경우가 생겼다”면서 “배우와 제작자 모두 고민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한국영화 경쟁력 차원에서 보면 스타에 의존하기보다 콘텐츠의 질을 높이고 배우 풀을 더 넓히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평론가는 “관객이 영화를 선택할 때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건 배우보다는 영화 자체의 힘”이라며 “최근 신인 김다미를 원톱으로 내세워 200만 명 이상을 동원한 ‘마녀’가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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