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가씨’에서 아가씨 이름이 히데코인 이유

2018년 7월 20일   정 용재 에디터

이토록 매혹적이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

영화 ‘아가씨’ 속 히데코를 연기한 배우 김민희는 히데코 그 자체였다.

김민희는 영화 속에서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후견인 이모부의 엄격한 보호 아래 살아가는 귀족 히데코 역을 맡았다. 화려한 드레스, 머리스타일과 더불어 김민희만의 묘한 느낌과 새침한 말투가 더해져 꽤 인상적인 캐릭터로 기억 남는다.

이쯤에서 우리는 궁금해진다. ‘히데코’라는 찰떡 같은 이름은 어디에서 왔을까.

김민희가 연기한 아가씨 히데코는 박찬욱 감독의 사심으로 완성된 이름이다.

과거 인터뷰(헤럴드POP, 메트로)에 따르면 박찬욱 감독은 일본 여자 배우 중 가장 좋아하는 배우가 ‘타카미네 히데코'(たかみね ひでこ)’라고.

“김민희가 연기한 역할이 히데코가 된 건 나루세 미키오 감독 영화의 단골 주연 여배우였던 타카미네 히데코에서 따온 거예요.”

“일본 여자 배우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죠.”

타카미네 히데코는 일본의 영화배우로 2010년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대표작으로는 ‘여자가 계단을 오를 때’, ‘버스차장 히데코’ 등이 있다.

“그냥 좋아하기만 하는 게 아니죠. 타카미네 히데코가 나루세 미키요 감독과 작품을 많이 했는데, 1950년대에서 60년대 당시의 영화 속에서 타카미네 히데코가 연기한 캐릭터가 굉장히 시대를 앞서 나간 진취적인 여성상이 많았어요. 마침 내가 타카미네 히데코를 좋아하기도 하고, ‘아가씨’의 주인공인 아가씨 또한 그런 진취적인 면이 있으니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히데코’라고 이름을 썼어요.”

타카미네 히데코의 남편이 바로 나루세 미키오 감독. 박찬욱이 인생 영화로 꼽은 ‘흐트러지다’ 역시 나루세 미키오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다.

그렇다면 김태리가 연기한 ‘숙희’의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을까.

박찬욱 감독은 “숙희(김태리 분)는 원작 ‘핑거스미스’에서 수 라는 인물의 이름에서 따왔다. 수는 애칭으로 수키라고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조진웅이 연기한 ‘코우즈키’는 일본어 번역가와 함께 상의해 결정했다고 한다. 그는 “코우즈키는 상월(上月), 윗 상에 달 월에서 온 이름이다. 마침 ‘아가씨’에서 달이 중요하게 등장하기도 해서 ‘상월’, 코우즈키를 골랐다.”라면서 “백작 이름인 후지와라는 일본인들이 귀족의 성으로 쉬이 떠올릴 수 있는 품위 있는 이름이라서 지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정우가 연기한 ‘고판돌’에 대해서는 “고판돌은 제주도 사람이라는 설정에서 판돌을 가져왔다. 당시에 제주도에서 일본으로 밀항한 사람이 많다고 하더라. (중략) 부모가 아무렇게나 지은 듯 ‘판돌’로 이름을 정했다. 아마 고판돌은 부모에게 소중한 아들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니 사기꾼이 됐겠지.”라고 설명했다.

이름 하나, 하나 감독의 애정이 담긴 작품 ‘아가씨’. 이번 주말에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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