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대상’ 받은 감독이 오히려 일본에서 욕먹고 있는 이유

2018년 7월 26일   정 용재 에디터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올해 칸영화제 최고상 황금종려상의 수상자인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온라인에서 일본 우익들의 공격 표적이 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19일 고레에다 감독이 영화 ‘어느 가족(원제 만비키<좀도둑질> 가족)’으로 칸영화제에서 수상한 뒤 정부의 축의를 거절한 것과 관련해 ‘반일'(反日)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채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는 고레에다 감독을 향해 “국가의 보조금을 받았음에도 무례하다”, “영화가 반일적인 내용이다”, “일본 국민을 깎아내리는 영화를 세계에 공개해 부끄럽게 했다”는 등의 비판이 횡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트위터 등 SNS상에는 정부의 축의를 거절한 것이나 고레에다 감독의 반(反) 아베 성향, 영화의 내용 등에 대한 비판이 넘쳐났다. 이 중에는 감독이 한국계이니 한국으로 돌아가라는 식의 사실과 거리가 먼 중상모략도 있었다.

고레에다 감독은 아베 정권이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몰아붙인 안보관련법 반대 집회에 참가했으며 방송에 대한 정부·여당의 압력을 우려하는 발언을 한 적 있어 반(反)아베 성향의 인물로 꼽힌다. 주로 일본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국제적인 호평을 받았다.

그는 좀도둑질로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인 ‘어느 가족’을 만들 때 문화청의 보조금 2천만엔(약 2억76만원)을 받았다.

공격의 발단이 된 것은 그가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문부과학상이 만나서 수상을 축하하고 싶다고 제안한 것을 거절한 것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와 관련해 자신의 블로그에 “문화청의 보조금을 받았다. 고맙고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일본의 영화산업 규모를 고려하면 아직 영화문화 진흥을 위한 예산은 적다”고 아베 정권의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자신에 대한 우익들의 공격에 대해서는 이 날짜 지면에 실린 마이니치와의 인터뷰를 통해 “(블로그 글을) 읽지를 않았는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잘못 읽은 것인지, ‘반일이다’, ‘한국으로 돌아가라’는 식의 중상모략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문화청의 보조금은 정부 관계자의 돈이 아니라 국민의 세금으로, 영화의 다양성을 위해 분배된 것”이라며 “문화가 국가의 존재를 넘어서는 것이라는 의식이 있다면 문화에 대한 지원이 꼭 국익과 겹치지는 않는다는 것도 알 수 있을 텐데, 국익 우선의 발상이 나를 반일로 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어느 가족’의 종반에 가족들에게 쏟아지는 세상의 시선이 지금의 나와 내 영화에도 향해 있는 것 같다”면서 “축의(거절)의 건 때문에 그런 시선이 드러난 것이라면 유감이지만, 이런 상황이 내 영화가 현실을 반영한 것임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씁쓸해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6월초 개봉한 ‘어떤 가족’은 우익들의 이런 방해에도 불구하고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차기작으로 프랑스와 일본의 합작영화로, 카트린느 드뇌브·줄리엣 비노쉬·에단 호크 등 세계적인 배우들이 출연하는 ‘라 베리떼'(가제)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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