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그 자체” 영화 보는 관객을 시험에 들게 하는 한국 영화

송시현 기자 2018년 8월 7일 입력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국토교통부의 ‘2017년도 주거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아파트에 거주하는 가구 비율은 전체 48.6%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국민 절반가량이 아파트에 산다는 말이다.

한국인이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단독주택과 비교할 때 편리하고 공동주택이라 관리비가 저렴하다. 너도나도 아파트를 선호하다 보니 투자가치가 높고 환금성도 뛰어나다.

아울러 아파트의 주요 장점 중 하나로 꼽히는 대목이 안전성이다. 아파트 단지 하나에 적게는 수십 가구, 많게는 수천 가구가 모여 살다 보니 외부 침입자가 쉽게 공동체를 침범하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규장 감독 신작 ‘목격자’는 ‘아파트는 안전할 것’이라는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서 살인사건이 일어났지만 살인 현장을 목격한 사람이 아무도 없고 심지어 범인은 버젓이 아파트 단지를 드나든다는 상상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생애 처음으로 집을 산 ‘상훈'(이성민 분)은 직장 동료들과 회식을 마치고 늦은 밤 귀가한다. 거실에 앉아 캔맥주를 마시며 회식의 여운을 즐기던 상훈은 비명을 듣고 베란다로 나간다.

자기 집 베란다에서 상훈은 아파트 주차장 한가운데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목격한다. 그리고 살인범 ‘태호'(곽시양 분) 역시 상훈을 목격한다.

태호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상훈은 황급히 불을 끄지만 손가락으로 자기 집이 몇 층인지 세는 태호 모습을 보고 공포에 질리고 만다.

담당 형사 ‘재엽'(김상호 분)은 목격자를 수소문하지만 상훈을 비롯해 아파트 단지에 사는 수백 가구 중 누구도 입을 열지 않는다.

이 영화는 1964년 키티 제노비스라는 28세 여성이 미국 뉴욕의 자기 집 근처에서 강도를 만나 강간·살해당한 ‘제노비스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

당시 키티 제노비스는 35분간 소리를 지르며 격렬하게 저항했고 사건 현장 주위 38가구가 그 소리를 들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조 감독은 “제노비스 사건은 전형적인 집단 방관 사건이었다”며 “사건을 들여다보면서 영화로 만들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상훈은 주변에서 흔히 보는 전형적 소시민이다. 공공의 이익보다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우선하고 괜한 일에 휘말릴까 봐 전전긍긍한다.

재엽은 상훈이 사건을 목격했음을 직감하고 그의 입을 열고자 부단히 노력하지만 상훈은 끝까지 고개를 젓는다.

영화 중반부까지는 입을 다물기로 한 상훈과 그의 입을 열고자 하는 재엽의 갈등이 골간을 이룬다.

이성민은 우유부단하고 이기적인 상훈을 통해 관객의 답답함을 유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가장의 입장을 전달한다.

관객은 ‘나와 가족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살인사건의 목격자로 나설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맞닥뜨리게 된다.

영화 후반부는 스릴러물 전형으로 흐른다. 쫓기는 입장이던 상훈은 가족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자 오히려 태호를 추격하기에 이르고 영화는 의외의 결말에 도달한다.

범인 태호는 서울 서남부 연쇄살인사건 범인 정남규를 모티프로 했다. 정남규는 2004년 1월부터 2006년 4월까지 서울 경기지역에서 13명을 살해하고 20명에게 중상을 입힌 죄로 체포돼 사형을 선고받았다.

곽시양은 태호 역을 연기하기 위해 13㎏가량 살을 찌웠다고 한다. 그는 “아파트를 봤을 때 굉장히 커 보였다. 태호가 작아 보이면 안 될 것 같아서 하루에 5천 ㎉씩 흡입하면서 체중을 불렸다”고 했다. 8월 1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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