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섞이지 않은 ‘가족’이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영화 ‘어느 가족’

2018년 8월 9일   정 용재 에디터

“버린 게 아니라 주워온거예요”

2018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어느 가족’.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본래 ‘만바키 가족’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져있었으나 한국에서 개봉하면서 ‘어느 가족’이라는 제목으로 바뀌었다.

할머니의 연금과 물건을 훔쳐 생활하며 가난하지만 웃음이 끊이지 않는 어느 가족. 우연히 길 위에서 떨고 있는 한 소녀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와 가족처럼 함께 살게 된다. 그런데 뜻밖의 사건으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고 각자 품고 있던 비밀과 간절한 바람이 드러나게 되는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가족 영화의 집대성’ 이라는 세간의 평가처럼 이 영화는 그동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다루었던 ‘가족’ 이야기를 모두 엿볼 수 있는 영화다.

학교도 가지 못한 채 마트에서 물건을 훔치며 연명하는 쇼타와 유리의 모습을 보면 ‘아무도 모른다’의 아이들이 떠오르며, 피가 섞이지 않은 이들이 모여 가족을 이루는 모습. 그리고 ‘가족’이라는 의미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부분에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료타와 케이타가 떠오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이런 가족의 이야기에서 한가지를 더 얹는다. 일본의 현실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어느 가족’은 부모가 사랑했지만 이를 신고하지 않고 연금을 계속 타다 적발돼 충격을 준 가족 실화에서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나라와 시스템의 보호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 그들이 모여 만든 가족을 부정할 수 있을까? 현재 아베 정부는 핏줄로 이어진 전통적인 가족 가치관을 강조하지만 ‘어느 가족’은 이런 고전적인 가치관을 벗어나 전혀 다른 이야기를 전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지난달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족이란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기에 억압적으로 가족에 대해 규정하지 않는 게 좋은 자세”라며 “혈연이 아닌 형태로 공동체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가능성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가족은 어떤 모습, 어떤 의미인가?

한편, 아베 총리는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에게 한통의 축하 메시지도 보내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온라인 이슈팀 <제보 및 보도자료 editor@postshare.co.kr 저작권자(c) 포스트쉐어,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사진 = 영화 ‘어느 가족’ 스틸컷